최소 55만명 집결, 폭력사태로 변질… 1200명 체포
대선 앞둔 정치권서도 논쟁… 마크롱, 엄중대응 경고

프랑스 파리 전역에서 물가불안, 생활고를 이유로 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1200명이 체포됐다. 학생집회와 맞물린 이번 시위는 명품매장 약탈, 경찰과의 유혈충돌 등 폭력사태로 변질되면서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논쟁이 일었다. 시위물결은 유럽 다른 나라로도 확산했다.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로 12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에는 내무부 추산 55만명이, 노동자단체 노동총연맹 추산 80만명이 참여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수주간 이어진 학생들의 시위가 국민들의 경제·정치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시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AFP는 시위대의 주된 불만은 물가상승과 생활고, 양극화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을 향한 불신도 겹쳤다. 프랑스는 지난 2년간 총리가 다섯 번 교체될 정도로 극심한 정치불안을 겪었다. 이번 시위 직전엔 학생들이 공교육 정상화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폭동으로도 이어졌다. AFP는 "파리, 마르세유, 니스, 보르도, 릴 등 여러 도시에서 슈퍼마켓과 약국, 명품매장, 가전제품매장 등 수많은 상점이 약탈당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서부 리모주에서는 복면을 쓴 시위대가 140년 넘은 시청청사에 불을 질러 청사의 종탑이 무너졌다.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대 수십 명이 "혁명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청 청사에 침입해 시설을 파손했다.
폭력적인 시위로 경찰관 15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시위대 측에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남부 생테티엔에서 17세 소년은 경찰이 투척한 시위진압용 수류탄에 맞아 오른팔이 절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정국이 불안정한 프랑스에서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정치권 내 논쟁도 불붙었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극우파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시위대의 폭력을 비난하며 "대통령이 된다면 극좌세력의 폭력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대선 상대인 극좌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우리 방식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시위대를 향해 폭력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 행정기관 또는 기업을 향한 공격과 약탈을 자행한 이들은 처벌받을 것"이라며 엄중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시위는 프랑스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등 주변국으로 번졌다.
17일 이탈리아의 로마, 밀라노, 토리노 등 전국 각지에선 고물가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밀라노에선 시위대가 시내 고급상점들을 약탈하고 사유지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가스로 대응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시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도시를 불태우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포르투갈에서도 물가상승과 주거비 부담에 항의하는 시위가 리스본, 포르투 등에서 열렸다. 수천 명의 시위대는 임금인상, 연금개선, 저렴한 주택공급 확대를 요구했다. 벨기에에선 동부 리에주를 중심으로 교육예산 삭감 및 열악한 교육환경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