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가사소송법
가사사건 20년새 2배… 황혼이혼·친양자 등 다양화
양육비 강제집행·13세미만 자녀 의견청취 근거 구멍
미성년·장애인등 복리보호 위해 전면개정 한목소리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사소송법은 1991년 제정·시행된 이래로 35년 동안 전면 개정 없이 20여 차례 일부 개정만 이뤄져 왔다.
법조계 안팎에선 가사소송법이 민사소송법 등을 기반으로 만들었다보니 시대 변화는 물론 제정 당시 시대상조차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사사건의 특수성을 놓친 채 가사소송법이 제정된 데에는 제정 당시 가사사건을 국가가 개입할 일이 아닌 사적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이에 따라 이혼·재산분할·양육권 분쟁 등을 '개인 간의 계약과 재산문제'의 연장선으로 보고 독자적인 절차법을 만드는 대신 기존 민사소송법과 비송사건절차법의 틀을 가져와 준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제정 이후엔 가족 형태가 점점 다양해졌고 가사사건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엔 이혼이 30~40대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황혼이혼'이 더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 없었던 사건도 있다. 양자를 법률상 완벽한 친생자로 인정하는 '친양자' 관련 사건은 2005년 호주제 폐지와 함께 생겨났다.
가사사건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가사사건 접수 건수는 △2005년 10만9131건 △2015년 15만9620 △2025년 19만9435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20년 사이 거의 2배로 늘어났다. 국민 누구나 가사사건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만큼 가사소송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가사소송법 목적은 35년째 '가정의 평화'…이혼 후 남은 자녀들 권리는
가사소송법 제 1조. 이 법은 인격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기본으로 하고 가정의 평화 및 친족 간에 서로 돕는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가사에 관한 소송과 비송 및 조정에 대한 절차의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법조계는 현행법이 무엇보다도 자녀의 복리를 포용하지 못한 점을 개정의 필요성으로 꼽았다. 대표적으로 가사소송법의 목적을 담은 1조에 '미풍양속' '남녀평등' '가정의 평화'는 규정하는 반면 '자녀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선언적 목적이 명시돼 있지 않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자녀를 보호하기엔 현행 가사소송법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혼 재판에서 자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확한 조항조차 없다"며 "양육환경 조사 등에 관해선 하부규정으로 파편화돼 있다 보니 지역에 따라 심리 수준의 격차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현행 가사소송법상 이혼이 확정될 때까지 양육비를 강제 집행할 근거가 없단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혼 사건의 경우 6~12개월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지만 재판 중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사전처분이 가능하지만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자녀 양육을 담당하는 쪽이 이혼 소송에서 '을'이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양육권 소송에서 미성년 자녀의 의견을 듣는 근거도 법에는 없다. 가사소송규칙에 자녀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지만 이 역시도 13세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규칙에 13세 이상으로 규정해 13세 미만의 자녀의 의견이 무시된 채 부모의 의견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바뀌게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밖에 가사 재판 절차의 기본적 내용이 현행법에 규정되지 않아 수백 개에 달하는 하위 가사소송규칙을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것도 개정 필요성으로 언급된다. 사건 분류 방식도 국민의 가사재판 절차의 이해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법은 가사 비송사건을 가·나·다·라·마류 사건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가사사건을 주로 다루는 변호사조차 매번 찾아봐야할 정도로 불편하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각종 가사 재판 절차를 알기 쉬운 용어로 가사소송법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며 "미성년자와 노령자·장애인 등의 복리 보호를 위해서도 가사소송법 전부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