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갚고 또 빌리고… 정책금융 '도돌이표'

상환자, 은행이용 비중 16.7%

정부 크레딧 빌드업 취지 무색

정책서민금융 완제자의 은행권 이용 vs 정책금융 재이용 비중 추이, 정책서민금융 완제자의 은행권 신용대출 이용자/그래픽=윤선정

정책서민금융을 모두 갚은 뒤 1년 이내에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 가운데 은행권 신용대출을 이용한 비중이 지난해 16.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정책서민금융 완제자 중 정책서민금융 대출 재이용자는 은행권 이용자의 4.3배에 달했다. 정책대출 성실상환을 통해 신용이력을 쌓은 후 은행권으로 이동하게 한다는 정부의 '크레딧 빌드업'(Credit Build-up) 취지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전 연도에 정책서민금융을 상환하고 지난해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 20만1903명 중 은행권 신용대출 개설자는 3만3688명(16.7%)이다.

은행권 이용감소는 최근 2년 새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책서민금융 완제자 중 은행권 신용대출 개설자는 2023년 4만8333명에서 지난해 3만3688명으로 30.3% 줄었다. 반면 정책서민금융 재이용자는 2021년 4만3426명에서 지난해 9만364명으로 108.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엔 서민금융 완제자 16만4967명 중 은행권 이용자가 1만7747명(10.8%)에 그친 반면 정책서민금융 재이용자는 7만5447명(45.7%)에 달했다.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와 총량관리 차원에서 고신용·우량차주 위주로 대출을 공급한 결과란 지적이다. 서민금융 대출을 완제해도 KCB·나이스 신용점수가 크게 오르지 않는 데다 각 은행의 자체적인 신용등급 시스템에서도 메리트를 얻기가 어려운 구조다. 실제 정책서민금융 성실상환자가 연 9% 이내 금리로 은행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징검다리론'의 경우 올해 8월까지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실행건수는 9건에 그쳤다.

정책서민금융 완제자들이 은행권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정책금융을 반복 이용하는 구조는 정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환능력을 입증한 차주들이 은행권에 안착해야 한정된 정책금융 재원을 신규 취약차주 지원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크레딧 빌드업이 성공하려면 성실상환 이력을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상환능력을 입증한 중·저신용자를 위한 기초대출상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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