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자리[MT시평/이병건]

회계정보 즉 기업 재무제표의 핵심 이해당사자로, 작성자인 기업, 감사자인 회계법인과 정보이용자인 투자자가 언급된다.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정보이용자인 동시에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는 정보확산자이자 해석자이다.

회계기준이나 공시사항 변경 때마다 매번 정보이용자의 중요성이 언급된다. 하지만 대부분 요식행위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애널리스트조차 의사결정 최종 단계에서 설명회나 공청회로 해당 내용을 처음 접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러한 절차조차 생략된다. 감사보고서 주석 사항에서 틀리게 작성된 사항들도, '주석'이라서 수정되지 않고 그냥 놔 두는 경우도 있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 금융위원회는 K-IFRS 제1016호 '유형자산'을 지난달 23일 개정했다. 기존에 권장 사항이던 보유 부동산 공시지가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게 요점이다. 더 많은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설명회와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서면 의견 청취 중심의 간소 절차로 진행되었다. 9월4일 한국회계기준위원회 심의 의결 이후 불과 20일만에 최종 확정될 정도로 진행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다. 시장 일각에서는 저PBR 개선 등 최근 정부의 정책기조가 작용했다는 견해도 있다.

많은 필지의 토지를 보유한 대기업이나 제조기업 유통기업의 경우, 각 토지의 공시지가 변동 내역을 매년 파악하고 검증해 공시하도록 해 추가 비용부담이 우려된다. 공시지가는 시장 거래가격을 온전히 반영할 수 없으므로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결정적인 부분으로, 원칙 중심의 IFRS 회계기준 하에서 국내 특유의 부동산가격공시법에 기반한 세부항목을 주석에 강제하는 것이 글로벌 기준에 정합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처음 듣는 이들도 많을 텐데, 내년부터 IFRS18이 시행될 예정이다. MPM(경영진 성과 측정치)라고 하는 '비일반회계기준 성과지표'를 제도화하는 것과 기업성과 분석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영업이익 개념의 변화가 주된 내용이다. 종전에는 기업 본업의 경상적 수익력에 해당되던 영업이익이, IFRS18 기준 하에서는 "투자와 재무가 아닌 모든 손익"이라는 잔여개념으로 변경된다.

영업이익의 정의가 분명치 않았던 국제기준과 달리 한국에는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빼서 영업손익을 산출하는 좁고 명확한 정의가 이미 있었으므로 어떻게 보면 퇴보 같기도 하다. 기준 변화로 기존에는 영업외 항목이었던 유형자산 처분손익이나 영업권 손상 등이 영업손익에 포함되는 등 영업이익 숫자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채권 발행이나 IB딜 등을 고려하면 영향이 작지만은 않다.

투자자들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3년간 지금의 영업이익을 주석사항으로 공시한다고 하지만, 실적발표 때 주석사항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로는 투자자의 자리가 어디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상법이 백 번 개정되더라도 관건은 관행 변화와 실행하는 의지이다. 만약 투자자의 자리가 여전히 뒷전이라면 시장의 가격과 활력은 결국 투자자의 그 자리를 반영할 것이다.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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