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공장서 본 중기부 장관의 진심[투데이窓/박영선]

신임 중기부 장관 스마트공장 방문기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 순풍가도지만

데이터 기반 'AI팩토리'로 진화 시급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스마트공장 현장 방문기를 읽었다. 삼성전자가 중소기업에 제조혁신 노하우를 전수하는 모습을 보며, 숙련된 정규직 직원들이 오랜 시간 현장에 머물면서 공정을 개선하는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진심이 느껴졌다.

필자는 이 글을 읽으며 중기부 장관으로 일하던 시절 추진했던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기업)'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대기업이 가진 기술과 경험·인프라를 중소기업과 나누고 이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당시 우리가 주목한 건 단순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대기업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중소기업의 현장에 이식해 실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삼성전자와 함께 추진한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 '자상한 기업' 시리즈도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에 있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마스크 공급이 사회적 과제가 되었을 때 스마트공장의 가치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생산설비와 공정을 개선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작업은 마스크 생산 확대와 공급 부족 사태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것이 상생의 힘이다. 대기업에는 오랜 시간 축적한 기술과 경험이 있고 중소기업에는 현장의 기술과 제품,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향한 도전이 있다. 두 역량이 만날 때 개별 기업의 성장을 넘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커진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스마트공장을 AI 팩토리로 진화시키는 새로운 상생이 필요하다. 스마트공장이 설비와 공정을 디지털화하고 생산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였다면 AI 팩토리는 그 데이터를 AI가 이해하고 추론해 생산과 품질, 설비운영의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단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데이터다. 공장에는 이미 수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존재한다고 해서 AI가 곧바로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설비마다 데이터 형식이 다르고 같은 용어도 공장이나 공정에 따라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숙련된 작업자만 알고 있는 암묵지다. 오랜 경험을 가진 기술자는 기계의 미세한 소리나 진동, 제품 표면의 작은 변화를 보고도 공정의 이상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이런 지식이 데이터와 연결되지 않으면 AI는 현장 전문가의 판단을 충분히 배울 수 없다.

이때 중요한 기반이 온톨로지(Ontology)다. 온톨로지는 사물과 개념이 무엇이며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지식 구조다. 이를 제조 현장에 적용하면 AI는 어떤 공정의 변화가 품질 문제와 연결되는지, 특정 설비의 이상이 생산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대기업이 보유한 AI 기술과 제조 데이터 표준화 경험, 공정 최적화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나누고,중소기업은 자신의 현장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생산 문제를 해결한다.

중소기업마다 데이터와 AI 전문가를 따로 확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대기업의 제조혁신 경험을 중소기업의 AI 전환으로 연결하는 공동 플랫폼과 전문인력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이 설비와 시스템 도입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의 품질과 활용도, AI를 통한 공정 개선 성과까지 이어지도록 정책의 초점을 넓혀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의 과정을 산자부는 'M.AX' 라 칭하고 과기부는 '피지컬 AI'라 부르며 영역다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기부의 '스마트 공장'과 산자부의 'M.AX', 과기부의 '피지컬 AI'는 같은 선상에 있는 일련의 작업이다. 이소영 장관이 'AI 팩토리'라는 이름으로 중소기업의 가장 큰 미래과제인 이 일련의 작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정책의 진심은 결국 현장에서 드러난다. 대기업의 노하우가 중소기업의 데이터와 만나고, 그 데이터가 AI의 지식이 되어 생산 현장을 바꾸는 것.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다음 단계의 상생이다.

스마트공장에서 AI 팩토리로. 이제 상생의 다음 과제는 기계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AI가 우리 제조 현장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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