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편지·'출동 소방차' 그림 및 소방위 추서 임명장, 영정앞 놓여
동료들 발길 이어져…"옳고 그름 말하기보다 비극 되풀이되지 않길"

[촬영 김상연]
(부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메뚜기 채집 활동하자고 약속했는데…"
경기 부천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가 차려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틀째인 18일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제복을 입은 동료 소방관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힌 채 빈소로 향했고 안쪽에서는 이따금 흐느끼는 소리가 울렸다.
영정사진 앞에는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김 소방위의 딸이 쓴 편지와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색칠 그림이 놓였다.
김 소방위 딸은 "보고 싶은 아빠께"로 시작한 짧은 편지에서 "아빤 어제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 싶네요. 우린 지금 장례식장이에요"라고 썼다.
이어 "전 알아요. 아빤 저를 제일 사랑하셨다는 거"라며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예요"라고 했다.
끝으로는 "사랑해요. 보고 싶은 아빠.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편지 옆에는 '출동'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방차 그림이 채워졌다.
한쪽에는 순직 전 소방장이던 그의 계급을 소방위로 추서한다는 내용의 임명장이 쓸쓸하게 자리했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손녀는 아빠와 메뚜기를 같이 잡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며 "사고가 있기 전에는 내일 채집활동을 하자고 약속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정 앞에 보면 (손녀가) 한글을 깨쳐서 쓴 편지가 있다"며 "그것만 읽어보면 눈물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타깝게 가장을 떠나보낸 딸과 손녀의 주거를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길 바란다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촬영 김상연]
이날 빈소를 찾은 동료 소방관들은 김 소방위의 순직이 과도한 정쟁으로 번지지 않고 숭고한 희생으로 남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청한 경기지역 한 소방관은 "누군가의 옳고 그름을 말하기보다는 화재 현장에서 안타까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전날 조문을 마친 뒤 자신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소방관 폄훼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추 지사가 조문 후 '사과를 바라시니 사과드린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야권을 중심으로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6일 오전 8시 38분께 부천시 오정구 내동 한 금속 사출 인쇄공장에서 발생해 2시간 28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김 소방위가 숨지고, 다른 40대 소방대원 1명은 중상을 입었다.
또 다른 소방관 4명은 열탈진 증상, 공장 관계자 2명은 연기흡입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등 모두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김 소방위는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20여분 앞둔 상황에서 화재 현장에 출동해 선착대로 진입했다가 화마에 고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김 소방위에 대해 예우를 다하기 위해 소방장에서 소방위로의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으며 국립현충원 안장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인의 장례는 유가족 뜻에 따라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되며 영결식은 오는 19일 오전 부천체육관에서 엄수된다.
goodl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