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의석만으로 대법원장 탄핵소추 가능…심판 때까지 권한정지
헌법·법률 위반의 중대성이 잣대…헌법수호 관점서 판단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10.16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이미령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헌법재판소가 공직자의 파면 여부를 가르는 판단 기준과 절차에도 관심이 쏠린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지난 16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 탄핵에 관해 "모든 방법과 어떤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여권에선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일방적으로 제청하고 이후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과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제기된 업무추진비 편법 처리 의혹 등도 당내에서 탄핵 사유로 거론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2024.12.14 utzza@yna.co.kr
실제로 여권이 조 대법원장 탄핵에 나선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재적의원 과반 발의와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한 대통령 탄핵소추와 달리 대법원장은 여권 의석만으로 탄핵소추가 가능한 셈이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탄핵심판 때까지 조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탄핵절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 자격으로 헌재에 소추 의결서를 제출하면서 개시된다.
헌재는 소추 의결서를 접수하면 주심 재판관을 지정해 탄핵심판 심리에 착수한다.
탄핵심판은 재판관 9인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서 담당한다.
전원재판부는 비공개 평의에서 사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재판 일정을 논의한다.
탄핵심판 절차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변론기일은 일반에 공개하고 구두변론으로 진행한다.
변론기일에 당사자와 소추위원을 소환하지만, 당사자가 두 번 이상 나오지 않으면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탄핵 인용이나 기각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직에서 파면되고,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기각 결정을 내린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사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6 nowwego@yna.co.kr
헌재가 파면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피청구인의 헌법·법률 위반과 그 위반의 중대성'이다.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영향과 파면을 통해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 등을 따진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하려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처음 제시했다.
헌재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공직선거법상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라면서도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 의사를 인정할 수 없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다"며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반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최순실 사익 추구 지원과 비상계엄 등에 대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인정해 파면을 결정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경찰 배치가 대의민주주의·권력분립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인정돼 파면됐다.
반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전 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심판에선 법 위반 여부나 중대성이 인정되지 않아 탄핵심판 청구가 기각됐다.
법관 탄핵에선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 판단 요소로 제시된 바 있다.
2021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은 도중에 임기가 끝나 파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다만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은 "재판의 독립과 공정에 대한 신뢰 훼손은 사법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도가 현저한 경우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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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전문가들은 실제 탄핵소추가 이뤄질 경우 조 대법원장에 대해 제기된 사유의 위헌·위법 여부와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성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관 재제청 거부는 물론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서도 "헌법·법률 위반사항을 찾기 어렵다"며 탄핵 인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도 재제청 거부나 파기환송 판결, 업무추진비 논란 등을 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법관 탄핵에선 사법부 독립에 대한 신뢰를 저버릴 정도로 중대한 위반이 인정돼야 한다"며 법 위반만으로 파면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헌법·법률 위반이 있더라도 '중대성' 요건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단 시각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관 공석으로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위헌·위법 행위는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로는 헌재가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해 기각될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반면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명백히 제청 부작위에 의한 헌법 위반"이라며 중대한 위반으로 인정될 소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법원 등에 대한 오후 국정감사가 속개된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 자리가 비어 있다. 2026.10.6 nowwego@yna.co.kr
실제 탄핵소추가 이뤄질 경우 헌정사상 첫 대법원장 탄핵소추가 사법부 독립에 미칠 파장과 직무 정지에 따른 재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환 교수는 "탄핵소추 자체가 사법부 독립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며 "법관들이 정치적인 사건을 양심을 갖고 제대로 독립된 재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창현 교수는 "급한 것이 아니면 대법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전합 절차를 진행하겠느냐"며 직무 정지 기간 주요 재판이 미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민주당이 실제 탄핵소추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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