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처방 급증에도…늦어지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규제합리화위원회, 심사 신중…국산 첫 비만약 출시도 변수

식약처 "심사 과정서 지정 필요성 설명할 것"

비만치료제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내에서 처방량이 급증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이 늦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고, 이후에도 추진 의지를 드러냈으나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17일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규제합리화위원회 예비심사에서는 안건 15건 가운데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만 심사가 완료되지 않고 본심사에 상정됐다.

예비심사는 신설·강화되는 정부 규제 중 위원회 차원의 추가 검토가 필요한 중요 규제를 거르는 절차로, 비만치료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방안은 중요 규제로 분류돼 위원회 심의를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왜 비아그라와 마운자로가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합니까'라는 글을 통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박 부위원장은 "무분별한 처방과 불법 유통은 당연히 관리해야 하지만 오남용 우려가 있다고 먼저 '오남용' 딱지를 붙이는 것이 최선의 정책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자칫 규제가 공포와 낙인만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당뇨병학회도 올해 6월 하순 발표한 성명에서 비만치료제 오남용 실태를 인정하면서도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 학회는 "실질적인 관리·감독 절차나 단속 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단순히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명칭만 부여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이라며 불법 유통과 과도한 처방을 차단할 실효성 있는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산 첫 GLP-1 계열 비만약인 한미약품[128940] '에페'가 식약처 허가를 받은 것이 비만치료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식약처가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려는 비만치료제 성분은 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티드, 터제파타이드 함유 제제다. 이는 각각 삭센다, 위고비, 마운자로 성분이다.

에페 성분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할 경우 시장을 위축시키고 국산 신약 개발 의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분석이다.

식약처는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비만치료제 처방이 급증하고 있으며 임신부나 소아가 처방받는 사례도 있다는 지적에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심사 과정에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의 필요성에 대해 더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유통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10월 유통량은 16만개였지만 올해 7월 약 312만개로 20배 수준이 됐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용기나 포장에 해당 문구를 명기해야 한다. 또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약을 살 수 있게 된다.

psh59@yna.co.kr

조회 121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