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내 남학생 동아리 회원의 집단 성폭행 사건이 다시 불거진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이 사건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려,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코넬대에서는 5일 이 사건에 대한 학교 당국의 조처에 항의하고 피해자와 연대하는 학생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번 시위는 이 사건이 최근 다시 제기돼 전국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학내 구성원들에 의한 최초의 항의 집회이다.
‘제인 도’라는 익명의 이 학교 여학생은 2024년 10월 프래터니티라고 불리는 미국 대학의 전통적인 남학생 동아리 모임에서 술과 약물 복용으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며 학교 경찰에 신고했으나, 당시 수사기관은 이 사건을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는 지난 9월 코넬대, 해당 동아리 회원 7명, 이 동아리의 전국 협회인 카이파이 프래터니티 등을 상대로 소송을 다시 제기해, 전국적인 논란과 주목을 받았다. 피해자는 특히 학교 쪽이 자신을 보호하지 못했고 가해 학생들을 적절히 처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학교 당국은 해당 카이파이 동아리 지부를 폐쇄하고 회원들에게 제명 등 징계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당시 학교 당국은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남학생에게 반성문을 작성케 하고는 징계를 감경했고, 주검찰도 기소를 하지 않았다. 뉴욕주법에 따르면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알코올이나 약물 복용을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이를 입증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근거에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코넬대 경찰은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누락한 채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피해자가 다시 소송을 제기하고 전국적인 논란이 일자,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지난 2일 주검찰이 당시 이 사건을 처리한 방식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레티샤 제임스 주검찰총장을 이 사건을 담당한 특별검사로 임명해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이날 시위에서 학생 등은 학교 당국의 사건 처리 방식에 대한 외부 조사, 독립적인 청문회 개최, 학내 모든 성폭력 사건에 대한 일률적인 최소 처벌 기준 마련, 그리고 성폭력 및 성희롱 신고에 대한 대학 경찰의 대응 교육 강화를 요구했다. 시위대는 마이클 코틀리코프 총장 등 대학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며, 이들의 정책이 학내의 ‘성폭행 문화’를 영속화시켰다고 비난했다. 시위에는 학생, 교수, 지역사회 활동가 등 1천여명 이상의 인원이 참가했다.
이날 시위는 피해자 및 변호인이 소송 제기 이후 수차례 협박을 받았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열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