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년 역사를 가진 산업용 로봇 시장은 물론, 이제 막 태동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에서도 중국이 압도적인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로봇 산업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무게중심을 중국으로 옮긴 셈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이 최근 발표한 ‘2026 세계 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공장에 새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이 전년보다 11% 증가한 60만3000대에 이르면서 세계 로봇 가동 대수가 500만대를 넘어섰다.
나라별로는 중국이 압도적 1위였다. 중국 한 나라에 설치된 신규 로봇이 전체의 59%인 35만4200대나 됐다. 한 해 전보다 6만대, 약 20%가 늘어났다. 2위인 미국(3만8400대)의 거의 9배에 이르는 규모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누가 그 로봇을 만들었는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공장에 새로 설치되는 산업용 로봇 중 자국 기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55%로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자국산 로봇 비중은 20%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해, 10여년 사이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자동차, 전자 같은 전통적인 로봇 수요 산업을 넘어, 금속·기계 분야에서도 중국산 로봇 설치가 전년 대비 44% 늘어나는 등 산업 전반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급속한 저출생, 고령화 추세에 고민하고 있는 중국은 2010년대 중반 생산연령 인구 감소를 계기로 산업용 로봇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인구 감소 국면에 진입해 더욱 절박한 상황이 됐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업체, 미국의 3배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선 중국의 위상이 더욱 압도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진 인간형 로봇을 말한다.
로봇연맹이 파악한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업체 174곳 가운데 89곳(51%)이 중국 기업이다. 경쟁 국가인 미국(30곳)의 3배에 이른다. 유럽은 22곳에, 나머지 지역은 다 합쳐도 33곳에 그쳤다.
시장조사업체 스마트애널리틱스글로벌(SAG)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97%를 차지했다. 애지봇이 44%로 1위, 유니트리가 30%로 2위였으며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3%에도 못 미쳤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3년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과 발전에 관한 지도 의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아 2027년까지 공급망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장점은 용도가 공장에 국한되지 않고 물류에서 의료, 가사, 농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는 것이다. 고정식 로봇팔에 비해 다리와 팔을 움직이며 훨씬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보고서는 “현재 휴머노이드로봇은 이제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현장 시범 운영(Pilot)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밝혔다. 완전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키 140cm 이상)을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약 7000대였다.
보고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창업 붐은 생성형 인공지능, 특히 로봇이 상황을 스스로 이해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VLA(시각-언어-행동)'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고 지적했다. 눈으로 상황을 파악하고(Vision) 사람의 말을 이해한 뒤(Language) 손발을 움직이는(Action) 과정을 하나의 인공지능이 통합 처리하게 되면서, 인간형 로봇 개발에 뛰어드는 기술적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휴머노이드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 자리잡기 위해선 안전성과 기능적 신뢰성, 학습 데이터 부족, 경제성 있는 사업 모델 등의 난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봇 밀도 1위 한국, 시장 규모는 4위
중국과 함께 산업용 로봇 시장 상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한국의 연간 로봇 설치 대수는 3만대 수준으로 중국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이 연간 3만8500대로 일본을 제치고 지난해 2위로 올라섰고, 전통의 로봇 강국인 일본은 신규 설치 대수가 9% 줄어든 3만6200대로 3위로 밀렸다.
제조업 노동자 수 대비 로봇 대수에서 압도적 세계 1위인 한국은 3만대로 세계 4위 자리를 유지했다. 한국의 로봇 설치 대수는 2019년 이후 3만1000대 안팎에서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그러나 2027년부터 자동차 산업에서 대규모 신규 투자가 예정돼 있어 한국의 로봇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조업의 자동화 정도를 나타내는 로봇 밀도는 한국이 1220대(2024년 기준)로, 세계 2위인 싱가포르의 818대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를 가리키는 수치다.

노동력 부족·인건비 부담 돌파구로 주목
인도의 로봇 증가세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의 산업용 로봇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1만500대로 독일에 이어 세계 6위에 올랐다. 연간 도입 대수가 2020년 3200대에서 5년 사이에 3배가 늘어, 연평균 27%라는 가파른 증가세(CAGR)를 보이고 있다. 세계 5위이자 유럽 최대 로봇 시장인 독일은 자동차 산업이 침체되면서 로봇 신규 설치가 8% 감소해 2만5000대 아래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전 세계 로봇 수요는 중국과 미국, 인도 등의 강력한 성장세에 힘입어 장기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며 로봇 설치 대수가 2026년에는 65만5000대, 2029년에는 80만60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부담 증가에 직면한 국가들이 자동화 기술 도입을 제조 역량 강화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덧붙여 인공지능과 머신 비전 및 센싱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의 능력은 한층 좋아지면서도 로봇 도입 비용은 저렴해지는 점도 로봇 도입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꼽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