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부로 공익생태계 지원”…공익법인 활성화 논의 본격화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익법인 공익목적투자와 주식기부 활성화 토론회’에서 주식 기부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공익법인은 복지·환경·주거·교육·의료·문화·기후 등 여러 분야에 얽혀 있는 사회적 난제들의 매듭을 풀고, 취약계층 등을 지원하기 위해 힘써왔다. 하지만 열악한 자금 사정으로 활동과 인력 운용이 위축되는 공익법인들도 많다. 지금보다 더 많은 기부가 들어오고, 다시 그 일부가 작은 공익법인으로 흘러가 다양한 공익 활동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기업의 ‘주식 기부’ 비중이 높아지도록 법을 개정해 공익 생태계를 지원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공인법인으로 들어가는 자금의 입구가 더 넓어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대기업이 주식 기부를 통해 소속 공익법인을 경영권 우회 지배 수단으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설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같이 나온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익법인 공익목적투자와 주식기부 활성화' 토론회에선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출연)할 때 면세 한도를 높여 기업 등의 주식 기부를 늘리되, 공익법인의 보유재산 중 일정 비율을 풀뿌리단체 등 다른 조직에 의무적으로 기부·투자(외부출연)하도록 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토론회 두번째 세션 발제자로 나선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기부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 개정안’ 방향에 공감을 표시했다. “(기업인 등이) 보유한 주식을 공익에 환원”하는 의미가 있으며, “(유입된 주식의) 배당금을 공익법인들의 목적사업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 박찬수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송경용 한국노동재단 이사장,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하승창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윤순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책위원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행 상증세법에선 대기업이 소속 공익재단(법인)에 주식을 기부할 때, 해당 기업 발행주식 총수의 5%까지 세금을 면제한다. 대기업과 특수관계가 없는 일반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할 때는 10%까지 면세한다. 일반 공익법인이 자선·장학·사회복지를 사업 목적으로 하면서, 기부 받은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20%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윤 장관이 낸 개정안에선 주식 기부 면세 한도가 늘어난다.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이든, 일반 공익법인이든 ①공익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②기부 주식의 의결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으며, ③법인 전체 재산의 일부(최소 1% 이상)를 매년 의무지출하되, 그 중 ‘절반 이상’을 특수관계가 없는 다른 공익법인에 지원(출연)하는 조건까지 모두 충족하면 30%까지 면세된다. 만약 두 가지 조건(공익 목적, 의결권 전면 불행사)만 해당하면 20%까지 세금을 면제한다. 마지막으로 정관 변경, 임원 선임·해임, 다른 회사와의 합병·양도에만 ‘제한적 의결권’을 행사하고, 다른 공익법인 지원 의무 조건을 지키면 면세 한도를 15%까지 인정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미 공정거래법에서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을 우회 지배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의결권을 제한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는 만큼, 기업인 등이 공익 기여라는 선한 의지를 실천할 수 있도록 주식 기부 면세 기준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박훈 교수는 “현행 상증세법은 선의의 기부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기업 우회 지배 우려는 공정거래법에서 다루고 있으니, 상증세법을 개정해 주식 기부의 통로는 넓히되, 사후 관리 감독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발제 이후 토론에선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 활성화 방향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주식 기부 면세 혜택을 둘러싼 쟁점을 공유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숙의 토론’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태우 ‘기업 및 기업재단사회공헌협회’ 대표는 기업재단을 포함한 공익법인들이 복합적인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면 주식 기부 등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공익법인이) 주식 보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에서 기부 받은 주식으로부터 발생한 경제적 이익이 실질적으로 공익에 사용되도록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순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공익목적의 기부 활성화는 시대 흐름에 부응하는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상증세법 개정안 처리는 국회에서 입법 절차와 논의만으론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사회적 숙의·공론화를 통해 예상되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개정안은 제한적 의결권만 행사할 경우 주식 기부 면세 한도를 15%까지 늘리는 안을 신설했는데, “일부 의결권으로도 임원 선임, 정관 변경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한 결정권이 부여되므로 공익법인을 활용한 대기업의 우회 지배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조세 혜택의 타당성, 편법 승계와 우회 지배력 유지 등을 예방할 공익법인 본연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 다수의 쟁점이 합의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기업 및 공익법인 관계자, 조세·회계·공익법 전문가, 수혜 기관, 정부, 국회, 시민단체의 참여·숙의·합의가 이뤄질 때 가장 실효성 있는 입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만수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장은 “정부도 기부의 길을 넓히되 사후 관리 방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면서도 “(개정안대로 갈 경우 공익법인을 활용한) 대기업의 우회 지배 문제를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향후 개정안을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주식을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과 일반 공익법인에 기부할 경우 면세 한도를 일괄적으로 30%까지 확대하는 게 타당한지, 제한적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에도 주식 기부 면세 한도를 15%까지 늘리는 안이 적절한지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정태호·오기형, 국민의힘 박수영,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 주최했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재단법인 동천,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한국사회연대경제, 한국자선단체협의회, 기업및기업재단사회공헌협회가 공동주관했다.

정태호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해 “공익목적투자와 주식기부를 가로막는 제약을 개선해 공익법인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다만) 사익편취나 기업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관리와 책임은 강화”하는 균형 있는 접근을 강조했다. 송호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신효진 선임연구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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