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 인공지능(AI) 오픈소스 구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사우스(신흥·개도국)에서 중국의 오픈소스 인공지능을 토대로 한 모델 개발과 인력 교육을 지원해 우군을 늘려 가려는 전략이다.
앞서 올해 7월에도 시 주석은 상하이에서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를 직접 주재하면서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를 출범시켰는데 이미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29개국이 참여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12월 출범시키고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이 동참한 ‘팍스 실리카’(Pax Silica) 이니셔티브에 대한 명백한 도전장이었다.
시진핑 주석의 ‘인공지능 동맹’ 확대 전략은 오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워싱턴 정상회담을 앞두고 치밀하게 준비한 카드다. 지난 5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인공지능이 의제로 올랐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회담에서는 인공지능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뒤 중국은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을 중국 주도 인공지능 생태계에 끌어들이며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했다. 미-중 인공지능 경쟁이 어느 국가가 더 빠르게 최첨단 모델을 만드느냐뿐 아니라, ‘인공지능 영토’를 확대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표준을 선점하는 데 달렸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은 산업·기술·군사·정보전의 미래가 걸린 미-중 패권 경쟁의 주전장이다.
지난 12일 미국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전하는 ‘재귀적 자아 개선’을 통해 인간 통제에서 벗어날 위험이 커졌다는 ‘종말론적’ 경고를 내놓은 것도 중국과의 경쟁을 의식한 것이다. 아모데이는 인공지능 경쟁을 ‘민주주의 국가' 대 '전제주의 국가'의 대립으로 보고,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앞서나가게 되면 미국과 세계에 엄중한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모데이의 경고에 대해 중국은 “위협 서사를 유포해 대립과 악의적 경쟁을 일삼는 것”(외교부 궈자쿤 대변인), “미국 ‘기술 우파'가 내놓은 냉전 시나리오”(환구시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은 곧바로 13일 정보 수장인 천이신 국가안전부 부장의 ‘인공지능 안보 위협’에 대한 글을 공개했다. 그는 “적대 세력”의 중국에 대한 사이버 위협을 경고하면서 클로드의 미토스와 지피티(GPT)-5 등 미국의 인공지능 모델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적대 세력이 인공지능을 사용해 가짜 영상과 음성을 확산시켜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고, 중국의 민감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인공지능 분야에서만은 중국이 따라오기 어렵다고 자신했지만, 중국의 추격자 전략에 허를 찔렸다. 홍콩중문대(선전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의 황핑 교수는 지난 9일 ‘다완취평론’(大灣區評論)에 쓴 글에서 미-중 인공지능 경쟁 구도를 3단계로 분석했다. 1단계(2012~2019년)에서 미국 기업들은 심층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딥러닝’ 기술 개발을 주도했고,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고를 내놓으면서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을 장악했다. 이 시기에 중국은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가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해 추격의 첫걸음을 뗐다.
2단계(2020~2023년)에서 오픈에이아이의 챗지피티(ChatGPT)를 통해 거대언어모델(LLM)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하드웨어에서도 엔비디아의 A100/H100 칩이 전세계 고성능 컴퓨팅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미국이 기술과 하드웨어 모두 중국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같은 기간 중국은 바이두의 어니봇, 알리바바의 큐원(通義千問) 등 자체 범용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고, 첨단 반도체에서도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뚫고 만든 어센드910 칩이 상용화에 들어갔다. 중요한 것은 선두주자 미국이 컴퓨팅 파워와 범용 인공지능 성능 향상에 천문학적 투자를 하는 동안, 추격자인 중국은 가성비 높은 모델을 개발하고 기존 산업에 응용해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2024년부터 현재까지는 3단계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1월, 중국 딥시크가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미국의 최신형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갖춘 R-1 모델을 공개한 것이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화웨이의 어센드910B 칩이 엔비디아 A100 칩의 약 90% 성능을 더 낮은 비용으로 구현해 냈다. 중국은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에 접목하는 등 산업 현장에서 상용화하는 데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제 미-중 인공지능 기술 격차가 기존의 한 세대 차이보다 훨씬 줄어들었고, 동일한 기술 세대 안에서 성능, 비용, 생태계, 응용 역량을 둘러싸고 대등한 경쟁을 하는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의 인공지능 전략은 중국 전기차가 세계를 석권하는 과정과 닮았다. 미국의 최첨단 폐쇄모델과 달리, 누구든 무료로 다운로드해 자기 컴퓨터에서 실행할 수 있는 오프 웨이트 방식과 가격 경쟁력을 활용해 글로벌사우스를 중심으로 사용자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지정학적 영향력을 넓혀 간다. 자이동성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지난해 9월 ‘역외월보’(域外月報)에 쓴 글에서 마오쩌둥의 ‘농촌에서 도시를 포위한 전략’(농촌 근거지를 확대해 최종적으로 혁명의 승리를 거둔 것)을 활용해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이 부원장은 미국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초지능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하지만, 수익 구조가 불투명한 고비용·고위험 승부수이기 때문에 미국의 인공지능 거품이 몇년 안에 터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면 중국은 실제 산업과 일상생활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효율을 높이는 실용적 전략을 선택해 위험을 줄였다. 그는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경쟁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데이터와 돈의 흐름”이라며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중간 지대에 있는 60억 이상 인구의 데이터를 흡수하고, 그들로부터 더 많은 현금 흐름을 창출해 내는 주체가 더 빠르게 진화해 미-중 기술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중국은 “보조금, 금융 지원, 외교적 압박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가능한 한 많은 국가가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채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올해 들어 중국 주도의 ‘인공지능 동맹’을 구축해가고 있는 것은 실제로 이런 전략을 실현해가는 것이다. 지난해 딥시크의 R1, 올해 문샷의 키미 K3가 고성능, 저비용의 오픈소스 모델을 공개한 뒤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은 물론 미국, 한국에서도 중국 모델을 활용하는 기업과 개인이 빠르게 증가했다.
미국 인공지능 기업들에서 갑자기 터져 나온 위기론은 중국의 거센 추격을 지금 뿌리치고 인공지능의 표준과 주도권을 미국이 반드시 장악해야 한다는 요구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인공지능 경쟁에서만은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했고 미국이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 상태에서 미국 주도로 ‘인공지능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주도하려 했다. 하지만 중국 첨단 인공지능의 급속한 추격은 미국 정부와 기업들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말한다.
통제받지 않는 인공지능 개발 경쟁은 사이버 공격, 자동화되는 전쟁, 생화학적 무기 확산 등의 위험을 높인다. 핵무기는 만들기 어렵고, 실험하면 탐지되고, 상대가 핵탄두를 얼마나 가졌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눈에 보이지 않고 상대가 어떤 능력을 확보했는지는 실제로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 동일한 기술이 민간용과 군사용으로 모두 사용될 수 있고, 정보전과 인지전의 형태로 끊임없이 일상을 위협한다.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판단하면서 오판의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 2월 미국이 이란 초등학교를 오폭한 것도 인공지능이 표적을 잘못 설정한 결과였고, 미국이 인공지능의 오판에 근거해 이란 인근에서 중국 선박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준비했다가 실행 직전 중단해 전쟁 위기를 겨우 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인류는 이미 인공지능 전쟁 시대의 문턱을 넘었다.
‘21세기 핵무기’에 비유되는 인공지능을 통제할 ‘인공지능판 핵확산금지조약’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주도권을 둘러싸고 미·중이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미·중 모두 속도를 줄이면 상대방에게 뒤처진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미국 상원 상업과학교통위원회 위원장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킬러 로봇이 등장해야 한다면, 차라리 미국의 킬러 로봇인 편이 낫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지능 규제론을 일축하면서 “우리는 이 놀라운 산업의 성장을 어떤 식으로든 억누르지 않을 것이고 인공지능 군대를 창설하겠다”고 했다. 중국도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에서 미국의 추격자를 넘어 대등한 경쟁자가 됐다는 자부심을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의 중요한 업적으로 선전한다. 미국이 갑자기 ‘인공지능 종말론’을 꺼내 든 것은 중국의 인공지능 발전을 제한하려는 구실이라고 비난한다. 미·중 모두 자국 이기주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인류의 미래가 달린 인공지능 규범을 두 강대국에만 맡길 것인가. 세계가 방관자로만 있어서는 안 된다.

박민희 |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대학과 대학원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역사를 공부했다. 2007~2008년 중국 인민대학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한 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한겨레 베이징 특파원으로 중국 곳곳을 다니며 취재했다. 통일외교팀장,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세계와 외교에 대해 취재하고 쓰고 있다. ‘중국이라는 역설’ ‘중국 딜레마’ ‘중국을 인터뷰하다’(공저)를 썼고, ‘보이지 않는 중국’ ‘롱게임’ 등의 책을 번역했다.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