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현장] 역대 최저로 내려간 美최대 저수지…섬은 산이 돼버렸다

1930년대 조성 이래 최저수위 찍은 미드호…말라붙어 '욕조 테두리'까지

"나이아가라처럼 물 넘쳤었는데"…3피트 더 낮아지면 발전용량 70%↓

기온 상승으로 겨울 적설량 줄자 기후 연쇄작용…인근 수천만명 영향권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자원 없어져"…전문가 "물 덜 쓰는 게 유일 해법"

[※ 편집자 주 = 최근 중국·네팔 접경지대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산악지대 대홍수가 발생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규모 빙하가 붕괴하면서 홍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빙하 붕괴뿐 아니라 가뭄, 폭염, 엘리뇨 등 기후재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2022년 '기후위기현장을 가다' 시리즈에 이어 이상 기후 충격이 현실화한 현장을 다시 찾는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3주 동안 르포 5편 등이 게재됩니다.]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진 美 최대 저수지 미드호와 하얗게 드러난 암반
[김경윤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볼더시티[美네바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예전에는 여기까지 물이 가득 차 있었어요. 저 멀리 산처럼 보이는 것도 원래는 섬이었죠."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인공 저수지 미드호에 도착하자 건조하고 더운 바람이 훅 끼쳤다. 가을 초입인데도 수은주가 가리킨 곳은 화씨 104도(40℃). 푸른 호숫물보다는 말라붙은 바닥과 호수 측면 암반에 하얗게 드러난 이른바 '욕조 테두리 자국'이 더 많이 눈에 들어왔다.

'피라미드 아일랜드'로 불리던 섬은 말라붙은 호수 바닥 위 작은 산이 돼 버렸고, 호수 위에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던 '록 아일랜드'와 '볼더 아일랜드'는 물이 빠지면서 하나로 이어졌다.

칼슘 함량이 높은 이 지역 경수의 특성 탓에 호수 가장자리에 드러난 암벽에는 하얀 석회가 끼었다. 예전부터 수면 위에 있어 검정에 가까운 짙은 색을 띤 산 위쪽과 원래 물에 잠겨있었던 아랫부분은 마치 자를 대고 그린 듯한 경계선으로 나뉜 모습이다.

20년 가까이 이 지역 가이드로 일하고 있다는 팸은 "예전에는 보트 선착장이 19개였는데, 물이 줄면서 4개가 됐다. 그나마도 물이 들어서는 곳까지 선착장을 잇기 위해 콘크리트 슬래브를 계속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드호 과거 전경과 현재 모습
[김경윤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미드호는 미 서부 지역 가뭄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로 꼽힌다.

저수지 수심은 현재 1천38.5피트(약 316.5m)로, 호수가 처음 조성된 1937년 이래 약 90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종전 최저 기록이었던 2022년 7월 28일 1천40.6피트(317.2m)보다도 더 아래다.

1983년에는 최고 1천255피트(382.5m)까지 찍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40여년 만에 수위가 66m 이상 내려간 셈이다.

인공 저수지 조성의 계기가 된 후버댐 역시 그 기능을 상실하기 직전이다.

애리조나주(州) 방면 여수로(Spillway)는 말라붙은 지 오래였고, 저수량이 크게 줄면서 수위가 불과 3피트(91㎝)만 더 내려가면 후버댐 발전 용량이 70%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저수지 수위가 900피트(274m) 아래로 떨어질 경우 댐 수문 높이를 넘어서지 못해 아예 하류로 물이 빠지지 못하는 '데드풀'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팸은 "이곳은 댐에 물이 많이 차오르면 이를 빼내는 인공수로였다"며 "예전에는 이곳에서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물이 넘쳐흘렀다"고 돌이켰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하자, 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러면 다음 세대에 남겨줄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말라붙은 후버댐 애리조나 방면 여수로
[김경윤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30년째 네바다에 살고 있다는 주민 딘도 씨는 예전에는 미드호에 수십번도 넘게 놀러 갔지만, 가뭄이 심해지면서 발길을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낚시도 하고 보트도 탈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말라가는 호수를 보는 게 더는 즐겁지 않다"고 했다.

단순히 여가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드호의 원천인 콜로라도강은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네바다, 뉴멕시코, 유타, 와이오밍 등 7개 주에 물을 대는 젖줄과도 같아 수자원 고갈의 여파는 실질적이고 광범위하다.

어업, 농업, 수력발전 등 다양한 형태로 이 강에 삶을 의존하는 미국인은 수천만 명에 달한다. 특히 미드호는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생활용수로 쓰이고 있어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잭 슈밋 유타주립대 콜로라도강 연구센터장은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드호와 파월호 수위는 (종전 최저였던) 2022년보다도 더 낮아졌다"며 "두 호수의 저수량 총합은 (1963년) 파월호가 조성된 이래 역대 최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기후변화가 초래한 위기라고 볼 수 있다. 기온 상승과 이로 인한 적설량 감소가 역대급 수위 저하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는 점에서다.

콜로라도강은 겨울 사이에 콜로라도 산맥 고지대에 눈이 쌓였다가 녹으면서 유량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겨울 기온이 상승하면서 적설량이 크게 줄었고, 연쇄적으로 콜로라도강과 미드 호수도 말라붙게 된 것이다.

수위가 낮아진 미드호수 전경[http://yna.kr/AKR20260918004900075]

인간의 과다한 수자원 사용도 기후발(發) 위기를 가속화했다. 그러나 각 주 정부는 여전히 콜로라도 수자원 사용량을 줄이는 데 소극적이다.

슈밋 센터장은 "유역 내 자연 유입 수량이 20세기 중후반에 비해 15% 감소했다"며 "우리가 정치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수자원 사용 감축 비율도 딱 그만큼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수위는 계속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가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슈밋 센터장은 단호하게 단 한 줄로 답했다.

"물을 덜 써야 합니다." (Use less water.)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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