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법적문제는…이라크땐 "정치적 결단" 헌소 각하

노무현 정부 당시 시민단체·정치인 등 제기…"행복추구권 침해·헌법 위반" 주장

헌재 "대통령·국회 판단 존중해 사법적 기준 심판 자제해야"

헌재 헌법소원 선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정부가 국군 파병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파병과 관련한 과거 사법부 판단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파병 결정이 법적 분쟁으로 번진 것은 20여년 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때였다.

당시 파병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면서 일반 시민부터, 정치인, 시민단체가 복수의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이를 모두 각하했다.

국군 파병이 고도의 정치적 결단인 만큼 사법적 기준으로 이를 판단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호르무즈 파병 반대 서울대 긴급행동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호르무즈 파병 반대! 파병 강요 미국 반대 전국 대학생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 등이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6.9.11 mjkang@yna.co.kr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2004년 4월 헌재는 한 시민이 이라크 전쟁 파병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청구인은 이라크 전쟁이 '침략 전쟁'이라며 우리 헌법에 어긋나고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헌법 5조 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정한다.

헌재는 "외국에의 국군 파견 결정은 파견 군인의 생명·신체의 안전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지위와 역할, 동맹국과의 관계, 국가 안보 등 국민 내지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하고도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위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 미래를 예측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등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국군 통수권을 부여하면서도 국군 파병에 대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자료만을 가지고 있는 우리 재판소가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라며 "우리 재판소가 사법적 기준만으로 이를 심판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파병 결정의 위헌 여부, 국가 안보에 보탬이 되는지,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침략 전쟁인지 여부 등은 대통령과 국회가 판단해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외국에서도 외교 및 국방과 관련된 정치적 결단에 대해서는 사법 심사를 자제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설령 사법적 심사 회피로 대통령과 국회의 자의적 판단이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헌재는 "궁극적으로 선거를 통해 국민에 의한 평가와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의 이보다 앞서 2003년 12월에도 유사한 취지로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현역 육군을 아들로 둔 어머니이 청구한 사건이었다.

헌재는 이들이 파병 당사자가 아닌 만큼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를 입지 않는다는 이유와 함께 고도의 정치적 결단은 존중돼야 한다며 판단 이유를 설시했다.

이란, 한글로 한국 정부 압박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 따른다'
(서울=연합뉴스)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비롯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고심하는 한국 정부를 향해,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말라'는 취지의 이례적인 한글 공개 메시지를 내놨다. 사진은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올린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사진. 2026.9.7 [바가이 대변인 엑스 계정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헌법소원이 제기되더라도 사법부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청구인의 지위와 파병의 구체적인 규모 및 성격, 무기의 체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봤다.

지성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전면적인 전투병 파병과 같은 결정이 아닌 이상 사법부에서 판단을 자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파병 성격, 규모 등을 고려해 사법부가 개입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도 "파병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쉽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국회의 파병 동의가 있다는 전제하에 파병 군인의 가족이 헌법소원을 청구한다면 다른 판단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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