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아빠 ‘네버랜드’ 꿈 이어가야”…전경철씨 추모 물결

전경철씨 ‘브런치’ 갈무리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홀로 남겨질 20대 중증 자폐 아들의 거처를 찾아다닌 ‘피터팬 아빠’ 전경철(64)씨가 지난 5일 별세하자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전씨처럼 발달 장애 가족을 둔 이들을 비롯해 많은 추모객들은 ‘네버랜드’ 설립을 꿈꿨던 전씨 여정이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씨가 평소 아들의 이야기를 남겨온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는 6일 ‘재단법인 피터팬’ 설립을 위해 함께했던 총괄 디렉터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지난달 24일 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재단법인 피터팬 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뜻을 모은 이후 보름 동안 많은 일들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며 “꼭두님(전씨)의 시간과 건강에 비해 재단법인 피터팬의 설립까지 가야 하는 숨겨진 프로세스들이 너무 많았고 꼭두님은 이 모든 과정을 대표하고 계셨기에 지난 2주간 쉬지 않고 고민을 이어갔다”고 했다. 이어 “이제 그만 쉬시라고 여러 사람이 엄포를 놓아도 도무지 그 열정은 줄지 않았다”며 “(별세) 소식을 접하고 황망하고 허무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27살이지만 정신 연령은 2살 정도에 머물러 있는 아들 제원씨를 ‘피터팬’으로 불러왔다. ‘네버랜드’에서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팬의 모습이 아들과 똑 닮아서다. 20여년 동안 아들을 홀로 돌봐온 전씨는 지난해 4월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아들의 거처를 찾기 위해 1년 동안 1000여 곳의 시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거절이 이어졌고, 지난 3월 이런 사연이 문화방송(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알려진 뒤에야 아들을 맡길 시설을 만날 수 있었다. 전씨는 이후 수많은 ‘피터팬’들을 위한 시설 ‘네버랜드’를 만드는 걸 목표로 정하고 사회복지재단 설립 등에 사력을 다해왔다.

티브이엔(tvN) 유튜브 영상 갈무리

전씨의 뜻에 공감해 온 이들은 ‘네버랜드’ 추진이 멈춰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누리꾼은 전씨의 생전 글에 단 댓글에서 “좋은 분들이 뜻을 이어받아 꼭 네버랜드가 완공되는 날이 오기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 나라에 너무 많은 제2, 제3의 꼭두와 피터팬이 살아가고 있기에, 숭고한 뜻을 기리고 이어받을 분들 또한 많을 거라 생각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네버랜드가 설립되도록 응원하겠다”, “떠나셨지만 그 유지가 꼭 이어지길” 등의 댓글도 달렸다.

전씨와 같이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이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피터팬’을 키우고 있다는 한 부모는 “피터팬 선배 부모로서 느낄 수 있는 공감”이 있었다며 “세상에 우리 아이들의 상황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저도 천사 같은 피터팬 발달장애 동생을 두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나머지 남은 절차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절차가 잘 이뤄지게 할 거고 끝까지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전경철씨 ‘브런치’ 갈무리

엑스(X·옛 트위터)에도 비슷한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한 이용자는 “피터팬 아빠의 별세는 단순 추모글로 소비할 일이 아니”라며 “핵심은 한 아버지가 개인의 힘으로 4억원 넘게 모아 재단을 만들어야 했던 ‘성인 중증 장애인 돌봄 공백’의 현실이다”고 했다. 이어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갈 곳이 없어지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라며 “지자체와 국가가 성인 중증 장애인 24시간 거주 인프라를 공적 영역으로 끌어오는지”를 주목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정은경 장관님, 꼭 부탁드린다. 발달장애인의 존엄을 국가가 지켜달라”며 “고 전경철님의 마지막 바람이 반드시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엑스에서 “돌봄의 무게를 가족만이 짊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발달장애인이 보통의 삶과 당연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범정부 대책을 이번 주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피터팬 아빠가 우리 사회에 주신 깊은 울림을, 발달 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한 정책으로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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