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나화진' 떴다…경기교권보호전담관 300명 출범

경찰·전문의·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 '어벤져스' 뭉쳐

"홀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교사가 살아야 교육도 회복" 한목소리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전담관 발대식
[경기도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교권 침해 교사들을 1대 1로 전담해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전문가 그룹인 경기도교육청의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이 안민석 교육감 취임 약 두 달 만에 출범했다.

교권 침해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주인공 '나화진'을 통해 통쾌한 해법을 제시해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의 흥행으로 교권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진 데다 안 교육감의 강력한 해결 의지가 더해지며 짧은 시간 안에 사회 각계 전문가들의 높은 참여가 이어졌다.

앞서 타 시도교육청에서 교권보호관 등 유사한 정책을 도입한 사례가 있지만, 이처럼 다양한 직업군을 대규모로 편성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정신과 전문의, 변호사, 전직 경찰 및 현직 교사 등 교권보호전담관들은 저마다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가로서 구축한 경력과 경험을 '피해 교사'를 보호하는데 쏟아붓기로 다짐했다.

특히 이들은 "도저히 교사 홀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교사가 살아야 학생을 위한 교육도 살아난다"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단 부단장이자 교권보호전담관인 지구덕 의정부 한서중앙병원장은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예전엔 학생들을 상대로 한 진료가 많았다면 요샌 생각보다 많은 교사가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는다"고 실상을 전했다.

지구덕 한서중앙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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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병원장은 "대부분 학생과 부모를 상대하다가 지친 상태에서 관리자 등 주변에서 힘듦을 몰라주자 심리적으로 완전히 고립돼버려 위기인 상태로 오신다"고 덧붙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지 병원장은 학교 위기 사안을 수년간 다룬 전문가다.

2013년 병원을 인수한 뒤 2018년부터 경기도교육청과 교육부의 병원형 위(Wee) 센터 사업을 맡아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병원형 위센터는 심리 치료가 시급한 정서 고위험 학생을 바로 병원과 연계해 필요시 입원 치료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생이 좋아 위센터 사업에 발 벗고 나섰다는 지 병원장은 위기 사안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교사들을 만나게 됐고 교권 보호의 필요성을 체감했다고 했다.

그는 "상담이나 강의하다 보면 선생님들께서 답답함과 억울함, 분함을 엄청나게 호소하신다. 책임은 막중한데 시스템은 받쳐주지 못하니 많이 지쳐계시더라"며 "저와 인연이 닿아 만난 위기 선생님들을 진심을 다해 도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배근석 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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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경찰공무원을 지낸 배근석(67) 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분쟁갈등 전문가다.

2020년 퇴직을 앞두고 경찰청의 '피해자의 회복적 경찰활동' 1기 연수를 받으면서 피해자의 마음을 돌보는 일에 눈을 떴고, 이후 교육청의 분쟁갈등전문가 연수 등을 거쳐 경찰청, 인재개발원에서 강의하는 등 현장 전문가로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배 교수는 "선생님들이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갈등을 드러내놓고 일일이 신고하지 않고 감내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현 시스템은 교사가 신고에서부터 형사, 민사, 사안 종결까지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제 역량을 바탕으로 법률적 조언과 심리 회복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기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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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차 형사법 전문 김기훈(39) 변호사는 교권 피해 교사들의 법률 대리를 맡으면서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결심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범죄 피해자인 상황에서도 제자와 교육을 걱정하는 선생님을 변호하면서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며 "교권 피해가 발생해도 직장에서 이들을 보호해주는 게 아니라 '네가 참아'라고 사안을 축소하려는 사례도 접하며 이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정말 딱한 것이 젊고 열정 넘치는 선생님들에게 학교 일이 몰리는 경향이 있고, 그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라며 "법률 지원 서비스는 당연하고 교사가 혼자라는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제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번 교권보호전담관에는 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도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2004년부터 약 3년간 인권위 침해 구제팀에서 활동한 신상훈(58) 씨는 '육군훈련소 인분 사건', '연천 GP 수류탄·총기 난사 사건' 등을 전담 조사한 경력이 있다.

군사경찰 출신이기도 한 그는 "군과 인권위에서 쌓아온 갈등 조정 및 인권 보호 역량을 교권 보호에 쏟고자 한다"며 "교권 침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질적인 교권 보호 안전망 확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윤선노 평택 청옥초 교사
[경기도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교권보호전담관의 약 30%를 차지하는 교원들의 열정도 뜨겁다.

3년 전 교권 피해를 겪은 교사인 아내를 홀로 지킨 윤선노 평택 청옥초 교사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피해 교사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교사는 "예를 들어 기존 방식은 피해 교사가 상담받을 수 있는 병원 명단만 주는 식인데, 결국 교사가 일일이 병원을 알아봐야 한다"며 "학교에선 교감이 역할을 해주시는데, 사실 교권 침해 사안 외 학교 업무가 많다 보니 학교 관리자로부터 도움받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는 초기 대응부터 신속하게 개입해 모든 절차를 전담해 수행해주는 교권보호전담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분열하는 것이 아닌 '원팀'으로 상생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윤 교사는 "교권은 결국 학생의 교육권"이라며 "교권보호전담관과 드라마 참교육을 비교하시는데, 드라마처럼 학교 구성원들이 대립적인 관계로 비쳐선 안 된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도 저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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