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년 끈 임신중지 약물 승인, 더는 미루지 말아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가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8일까지 유산유도제를 승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제공

시민사회 연대체가 9월28일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산유도제(임신중지 약물) 승인 ‘디데이’로 선포했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지시한 이후 관계부처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가 의약품 허가권을 쥔 식약처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식약처는 여성들이 하루라도 빨리 보건의료 체계를 통해 안전하게 임신중지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승인을 서둘러야 한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8일까지 식약처가 유산유도제를 승인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이다. 이날까지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다음날 100명의 민원인이 식약처로 직접 찾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5개월이 지났다.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대체 입법을 미룬 국회와 “입법이 먼저”라며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정부 모두 무책임의 극치다. 특히 식약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한 임신중지 약물의 승인을 5년2개월째 거부하고 있다. 여성들의 임신 초기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침해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약을 비공식적 통로로 비싼 값에 구입하게 만드는 행태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14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지금처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해결의 물꼬를 텄다. 8월19일에는 법제처가 법 개정 없이도 임신중지 약물을 수입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보건복지부·법무부·식약처·법제처·성평등가족부가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이미 너무 오래 기다렸다.

식약처는 더 이상 여성의 건강권을 외면하지 말고, 국외에서 쌓인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임신중지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의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 허용 임신 주수, 처방 기준, 건강보험 적용 여부, 가격 등 쟁점이 많다. 무엇보다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불필요한 의료 절차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 등 접근성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허용을 계기로, 국회도 직무유기를 끝내고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률 개정에 당장 나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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