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여론조사·우편물·활동가 인건비에 쓰이는 비밀 자금
NYT, 광고·세금자료 분석…상대진영 가장해 약체 후보 밀기도

광고물 캡처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체불명의 '다크 머니'(Dark Money)가 대거 유입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광고·세금자료 등을 분석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선거 때마다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공공연히 뿌려지는데, 이 가운데 출처를 알 수 없는 다크 머니의 규모가 늘면서 이제는 최소 10억달러(약 1조3천700억원)에 이른다고 NYT는 전했다.
다크 머니가 유입되는 주요 경로는 기부자 명단을 공개할 의무가 없는 비영리단체다. 이들 가운데 공화·민주 양당과 연계된 비영리단체 4곳이 4억6천만달러 넘는 다크 머니를 주무르고 있다.
해당 단체들은 연방 세법상 사회복지단체로 등록돼 있지만, 실상은 정치자금을 집행하는 슈퍼팩(super PAC)과 사무실을 같이 쓰고 동일인이 운영하는 '한 몸'이다.
다크 머니는 주로 광고에 뿌려진다. 정책 광고에 집행하는 게 원칙이지만, 뜯어보면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비방하는 내용이다. 우편물 발송과 여론조사 비용, 집마다 방문하는 활동가 인건비 등으로도 쓰인다.
NYT가 지목한 4개 대형 비영리단체의 광고 집행비는 지난 2022년 중간선거에서 1억6천600만달러였다. 이번 선거에선 현재까지만 2억4천200만달러의 광고가 집행됐다.
단순히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넘어 당내 후보 경선에서 경쟁자를 떨어트리기 위해, 또는 상대 당에서 '약체'로 평가받는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광고가 집행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민주사회주의(DSA) 계열 정치인들이 대거 나선 미시간주와 미네소타주의 민주당 상원 예비선거 경선에선 DSA 성향의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목적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다크 머니가 수천만달러 쏟아져 들어왔다.
자신을 향한 비방 광고를 뚫고 미시간에서 선출된 압둘 엘사예드 후보는 "우리 다수의 힘은 그들의 돈의 힘보다 더 강하다"고 말했다. 그의 경쟁자였던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은 6천200만달러 규모의 광고 지원을 받았다.
경합지로 꼽히는 메인주에서도 6선에 도전하는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공화)이 막대한 규모의 다크 머니 지원을 받고 있다. 콜린스 의원은 연방 정부의 지출 방향을 정하는 상원 세출위원장이다.
'더 강한 미국(Stronger America Inc.)'이라는 비영리단체는 콜린스 의원 광고에 1천100만달러를 썼다. 콜린스 의원은 자신만 유일하게 지원한 이 단체가 지난달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는데, 만찬 장소는 빅테크인 오라클이 소유한 타운하우스였다.
메인주 제2선거구에선 현역인 재러드 골든 하원의원(민주)이 은퇴하는 가운데, 공화당 측 단체들은 민주당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로 평가받는 조 발디치 주(州) 상원의원을 떨어트리기 위해 그를 '다크 머니가 선택한 후보'로 비방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발디치는 결국 경선에서 패배했다.
발디치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한 단체 중 하나는 '미국 번영 연합(American Prosperity Alliance)'이라는 곳이다. 이 단체는 텍사스주에서도 '반(反)유대주의자'라는 비판을 받는 민주당 하원 후보를 띄워 공화당을 간접 지원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비영리단체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뿐 아니라 슈퍼팩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방식도 있다. 슈퍼팩은 기부자를 공개해야 하지만, 기부자가 자금 출처를 알 수 없는 비영리단체여서 사실상 익명의 기부를 받는 셈이다.
또 기부자 공개 시한이 연방 선거 3주 전이라는 점을 이용, 선거 막바지에 만들어지는 '팝업 슈퍼팩'을 통해 기부자의 정체를 선거 이후 공개하는 편법도 사용된다.
제약업체 등이 돈을 댄 것으로 알려진 미국 번영 연합이 이같은 수법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단체로, 사실상 한 몸인 공화당 측 슈퍼팩(Conservative Americans PAC)에 3천70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 슈퍼팩은 다시 5개 이상의 팝업 단체를 만들었다.
이들 팝업 단체는 '좌파 선도(Lead Left PAC)', '진보적 챔피언들(Progressive Champions PAC)'처럼 민주당 진영을 연상케 하는 이름으로 설립돼 6곳의 민주당 예비선거에 개입했다고 NYT는 전했다.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