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목사 딸의 백팔배' 출간

[연합뉴스TV 캡처]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목사인 아버지는 하나님의 뜻에 철저히 복종하는 삶을 살았다. '각종 인간적인 것들'은 삶에서 모조리 배제됐기 때문에 TV도, 외식도, 심지어 병원 치료조차 허락되지 않는 금욕적인 생활을 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매일 5시 새벽기도를 시작으로 "오직 예배와 오직 경건함만으로 촘촘히 짜인" 하루하루를 보냈던 딸은 성인이 돼 마침내 '독립'을 시도한다. 아버지로부터도, 아버지의 신앙으로부터도 벗어나 새로운 자기만의 세계를 찾아 나선다.
신간 '목사 딸의 백팔배'는 근본주의에 가까운 개신교 가정에서 자란 젊은 종교학자의 신앙 독립 분투기다.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작가 이정은은 지극히 내밀한 개인사를 토대로 신앙에 대한 성찰을 공유한다.
작가의 부모 역시 서울대를 나왔지만 졸업장과 무관하게 '오직 신앙'으로 삶의 노선을 튼 엄격한 신앙인이었다.
그런 부모 아래서 작가는 내적 혼돈을 겪었다. 언제든 발을 빼겠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기도하던 시기도 있었고, 부모님이 흡족해하는 신실한 딸이 돼 보기도 했고, 신천지에 빠졌던 대학교 2학년 때는 부모님에게 마침내 반역하는 듯해 이상한 환희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대학 시절 온라인 토론방에서 '사탄에 속한 일을 그만하라'는 댓글을 달거나 답사로 간 사찰에서 예불 시간에 혼자 꼿꼿이 서 있을 정도로 남들 보기엔 영락없는 개신교 근본주의자처럼 행동할 때도 있었다.

성직자의 자녀가 부모의 신앙을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혹은 철저히 거부해 절연하는 양극단의 사례 모두 낯설지 않지만, 작가는 그 사이에서 치열하게 탐구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는 백팔배도 있었다. 부모와의 관계를 고민하다 발견한 법륜스님의 영상을 계기로 시작한 백팔배는 작가를 둘러싼 알껍데기를 한겹 깨는 경험이었다.
"고개가 자연스레 땅으로 향했다. 그 순간 생각지도 않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동안 고개를 너무도 빳빳이 쳐들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그저 제 숨을 쉬며 애써 살고 있었을 각양의 인간적이고 신적인 것들에게, 또한 마찬가지로 외면받아온 '그저 인간'일 뿐이었던 나에게 이제야 첫인사를 건넨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나를 닦아내는 모든 수행과 종교 생활을 제대로 멈춰보자"고 결심한 작가는 교회 다니기를 멈췄고, 커피, 가요, 여행 등 세속적인 욕망과도 관계를 맺어간다. 자신의 세계로 넘어왔지만 부모와는 선을 지키는 공존을 지향한다.
하나님을 위해 철저히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자신을 돌보는 방식으로 관계를 재설정한 작가의 지향점은 책 속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미셸 푸코의 '자기 포기', '자기 배려하기' 개념과 맞물린다. 책의 부제 역시 '어느 종교학자의 자기 배려하기'다.
온다프레스.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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