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예치 아닌 자발적 신청자 대상…임대인 아닌 임차인이 HUG에 예치
예치된 전세금 운용 수익, 임대인에 월세처럼 매달 지급…"연 4.5% 수준 보장"
정부 "전세 소멸 우려는 오해…오히려 전세 매물 증가 효과"

10월부터 전세금을 정부가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들[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내 전세금을 정부가 관리하는 제도가 10월부터 시작된다는 데 사실인가요?", "이렇게 되면 집주인이 전세를 기피해 결국 전세가 사라지겠네요."
최근 온라인상에서 10월부터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양쪽 모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임대인은 전세 보증금을 직접 관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임차인은 이로 인해 집주인들이 전세를 기피하면 월세가 더욱 보편화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우려는 최근 정부의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 계획 발표로 촉발됐다.
온라인상의 소문처럼 앞으로는 정부가 우리 집 전세금을 관리하는 것일까.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봤다.

[HUG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월세 안심신탁'이 정부의 전세금 관리?…"월세의 전세화에 따른 전세난 대책 일환"
국토교통부는 이달 13일 주택 신속 공급방안의 후속 조치로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시중에 나온 월세 물건을 전세로 전환해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낮은 금리로 인해 전월세시장에서 임대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는 늘어난 여파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자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수요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구체적으로는 제3의 기관이 임차인의 전세금을 맡아 관리하고 임대인에게는 전세금을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월세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월세안정화기구'(이하 안정화기구)로 지정돼 임대인·임차인 모집과 전세금 예치·투자 운용·반환 등의 업무를 맡는다.
임대인·임차인과 안정화기구가 3자 계약을 맺고 임차인이 전세금을 안정화기구에 예치하면, 안정화기구는 이 전세금 등을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임대인에게 매월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간단히 설명하면 월세 매물로 내놓은 집에 세입자는 전세금을 내고 살고 집주인은 월세를 받는 구조다.
얼핏 전세금을 집주인 대신 정부가 관리하는 것 같지만 임대인 입장에서는 애초 전세가 아닌 월세로 내놓았던 만큼 정부에 맡길 전세금 자체가 없다.
즉, 기존 전세계약처럼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지급하면 집주인이 이를 정부 기구에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세입자가 안정화기구에 돈을 맡기고 정부는 이 돈으로 나온 수익을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월세를 받는 셈이다.
또 해당 사업은 희망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원하지 않는 집주인은 기존대로 전세보증금이나 월세를 세입자에게 받는 방식으로 집을 내놓을 수 있다.
국토부는 이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전세금 의무 예치 등의 우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HUG도 홈페이지에 "법적 참여 의무가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안내했다.
그런데도 전세금을 국가가 관리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퍼진 데는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하기 전인 올해 7월 공개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전세금을 국가에 신탁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가며 오해를 산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인이 전세금을 (안정화기구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맡기는 것이고, 임대인은 원래부터 월세를 받고 싶어 한 사람들인데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이 구조를 잘못 이해하면서 잘못된 내용이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블로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임대인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정부 '전세금의 4.5% 수준을 월세로 지급' 구상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을 둘러싼 또다른 궁금증은 과연 이 사업에 임대인의 참여를 끌어낼 만한 요소가 있느냐는 것이다.
임차인 입장에선 월세 대신 전세를 구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전세금을 관리하는 만큼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불안이 사라지는 이점이 있지만 임대인에게는 자발적으로 참여를 끌어낼 유인책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임대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 이상이 전월세 안심신탁사업 참여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일단 국토부는 임대인에게 약 연 4.5% 수준의 이자수익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난 20일 사업 계획을 발표할 당시 HUG가 예치 받은 전세금 등으로 주택공급활성화펀드를 조성해 이를 HUG가 보증하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으로 운용하고 연 4%대 이자 수익을 내 매월 임대인에게 지급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발표에서 월세 수입을 연 4%대라고 밝혔는데 현재 부동산PF 대출의 이율이 연 4.5% 정도여서 그 정도는 지급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단순 계산하면 전세금이 4억원 수준인 서울 아파트를 월세로 내놓고 이 사업에 참여하는 집주인은 HUG로부터 임대인은 매월 150만원을 월세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세가 밀리는 위험도 없고 전세 수요가 많은 만큼 공실률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전월세 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에 따라 임대인 입장에서는 사업 참여가 이득이 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평균 4.4%다.

[국토교통부 블로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HUG는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은 원금 손실이 최소화되는 구조로 운용하고,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도 전세금 전액 보장은 물론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월 수익도 정상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등록임대사업자인 경우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해야 하지만 안심신탁사업에 참여하면 가입 의무가 면제돼 보증료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국토부는 재정경제부와 임대인의 소득에 대한 세제지원을 놓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사업에 참여한 임대인이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면 추가로 연 1~3% 수준의 주택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임대인의 참여 유도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HUG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임대인의 전세 기피 촉발?…정부 "오히려 전세 늘어날 것"
국토부는 이 사업으로 전세 매물이 늘어나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를 받는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측은 "전세 소멸 우려는 전적으로 사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면서 "임차인 입장에선 전세 물건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고 밝혔다.
나아가 전세금을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만큼 집주인이 전세금을 활용해 이른바 '갭투자'를 하는 것을 막아 집값 안정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금을 고수익 위험자산에 투자하고자 하는 임대인에게는 참여 유인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래 월세로 내놓던 집주인에게는 훨씬 유리한 제도다. 전세금 직접 운용이 부담스러운 집주인에게도 연 4.5% 수준 이율이 보장되니 유리하다. 이런 사람들이 신청 대상"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은 우선 시세 20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단독주택 등 주택 유형에 제한은 없다.
일단은 신청 가능 물량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위반 건축물 여부나 시세 대비 과도한 전세금 등의 요건에 대해선 검증 절차를 거친다.
국토부는 내달 말께 구체적인 절차와 약정서 내용, 임대인 대상 월세 수익률 등을 공개한 뒤 10월부터 사업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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