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돌봄] ④ 돌보는 사람 먼저 무너지지 않게…"지원 제도화"(끝)

"돌봄 제공 인력의 마음 돌봄에 대해서는 아직도 관심 부족"

"종사자 정신건강,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질 영역으로 제도화해야"

정신과 상담
[연합뉴스TV 제공] ※ 기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사진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의료·복지 돌봄 종사자는 업무 특성상 타인의 고통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정신건강 위기를 겪기 쉽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보호 장치는 충분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신건강 돌봄 수요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 사회가 돌봄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돌봄 제공자'를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복지 종사자는 정서적 소진(번아웃) 가능성이 높은 데다 타인의 고통과 위기를 생생하게 공감하는 과정에서 본인도 '대리외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도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가 번아웃과 이차적 트라우마에 취약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WHO는 이들을 위해 자기돌봄과 동료·조직 차원의 지원, 동료 또는 슈퍼바이저와 경험을 나누는 슈퍼비전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내에서도 의료·복지 종사자의 정신건강을 살피고 실질적인 보호·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들이 자기돌봄에 시간을 쏟을 수 있도록 하는 조직 차원의 사회적 지지와 연대, 근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해나 서강대 일반대학원 상담심리학 교수는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지, 동료와의 연대 등 지원 체계가 전무한 게 현실"이라며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상담자 개인에 몰리는 업무가 많은 편이어서 이들이 자기 돌봄에 시간을 낼 수조차 없다"고 전했다.

자살 예방 및 상담, 사례자 관리 등 업무 난도가 높고 심리적 부담이 큰일을 현장에서 혼자 감당하거나, 비정규직 신분으로 불안정하게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장)는 "돌봄을 제공하는 인력의 마음 돌봄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이 아주 부족한 데다여건도 충분치 않다"며 "일의 구조적 문제 해소와 직접적 지원을 병행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돌봄 제공자에 대한 지원은 이들의 역량을 높이고 업무 연속성을 강화해 정신건강 복지서비스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백 교수는 "결국 (정신건강 돌봄) 대상을 위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들을 돌보는 인력에 대한 심리적 지원과 실질적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이라는 데에도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현재의 처우로는 업무의 난도를 감당하면서까지 현장에 남을 인력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기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사진입니다.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제공 인력 정책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고용과 처우 불안은 인력 이탈을 부르고 보호장치의 미흡함은 현장에서 일할 의지를 약화한다"며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질 저하, 인력의 이탈 촉진, 남아있는 인력의 업무 과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 재생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결국 인력 정책의 방향성은 단순히 사람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고, 안전하게 계속 일할 수 있는 울타리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신건강 돌봄이 사적 영역이 아닌 사회적 책임이 된 만큼 관련 분야 종사자를 위한 지원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석왕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종사자의 정신건강과 안전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지 않고, 사용자의 책무이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관 차원에서는 고위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종사자가 혼자 대응하지 않도록 하고 전문 상담과 휴식, 회복 지원, 슈퍼비전 등이 이뤄지게끔 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종사자들의 심리·정신건강 지원을 위한 안정적인 재정과 표준화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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