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 바이백과 '단기채 수요처' 스테이블코인 진흥책 맞물려
베선트 "스테이블코인 3.7조 달러로 성장" 언급…임기내 달성 어렵단 분석도

한 손에 비트코인을 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상이 지난해 9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에 세워져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완화 정책이 국채 시장 금리를 안정시켜 정부 차입 비용을 낮추려는 재무부의 재정정책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재무부가 추진하는 장기 국채 재매입(바이백) 정책과 가상화폐 규제 완화가 같은 경제적 목표 속에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무부는 현재 만기가 짧은 단기 국채의 발행을 늘려 이를 재원으로 장기 국채의 재매입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미 경제방송 CNBC 인터뷰에서 이를 '재무부 트위스트'(Treasury Twist)라고 표현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장기 금리 안정을 위해 단기 국채를 활용,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트위스트 작전'을 재무부가 직접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행되는 대규모 단기 국채를 사줄 수요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베선트 장관은 지난해 6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형 가상화폐) 시장이 2030년 말까지 3조7천억 달러(약 5천1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베선트 장관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활성화는 그 담보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며 "이와 같은 새로운 수요는 정부의 차입 비용을 낮추고 국가 부채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 전체 시가총액이 3천억 달러 수준인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4조 달러에 가깝게 성장시켜 단기 국채 수요를 늘림으로써 최근 40조 달러(5경5천300조원)를 돌파한 국가 부채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국채와 가상화폐 연결고리의 중심에는 지난해 제정된 '지니어스법'이 자리 잡고 있다.
지니어스법은 미국 내에서 발행된 달러 가치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반드시 93일 이하 초단기 미국 국채를 담보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그만큼의 미국 국채를 반드시 매입해야 해 국채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으로 초청까지 하며 최근 의회 통과를 압박한 '클래리티법'은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연구소 산하 허친스 재정통화정책센터는 은행 계좌에 있던 시중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국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자산 1달러당 단기 국채 8센트를 보유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당 80센트의 국채를 매입한다는 것이다.
시티그룹 산하 연구소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30년까지 4조 달러로 성장하면 스테이블코인이 국채 총량의 4분의 1을 흡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민간 은행가·투자자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재무부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증가가 단기 국채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와 같은 '가상화폐 밀어주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상화폐 가격은 벌써 요동치고 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미 동부시간 오전 11시 30분 기준 7만9천987달러까지 치솟는 등 8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랐다.
이는 1주일 전과 비교해 20% 이상 급등한 수치다. 지난 18일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은 약 3개월간 이어진 6만 달러대 초반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 인터넷그룹과 코인베이스 글로벌의 주가도 한 주 만에 20% 이상 올랐다.
다만 장기적인 안정성에 대한 과제도 남아있다고 WSJ은 짚었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최근 정체 상태에 접어들어 지난해 10월과 큰 차이가 없다고 가상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디파이라마는 전했다.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도 스테이블코인에서 발생하는 국채 수요가 안정적인지, 변동성이 큰지를 파악해야 재무부가 국채 만기 구조를 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WSJ은 스테이블코인이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에 높은 영향을 줄 정도로 성장하는 데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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