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금·기술·항공·해운 등 2차 제재…트럼프, 각국 정상에 동참 압박
"이란 수입원 누출 없이 차단…이란 자금 세탁시 달러시스템서 배제"
'中 금융기관 포함되나' 질문에 "누구도 美 제재서 못 벗어나"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이란과 특정 물품을 거래하는 다른 국가에 2차 제재를 가하기로 하는 등 새로운 대(對)이란 제재를 발표했다.
지난 2월 28일 시작한 대(對)이란 대규모 군사작전에도 이란이 버티기에 들어가고, '이란 핵 금지' 및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이라는 핵심 목표를 이루지 못하자 자금줄을 더 옥죄는 경제 제재로 이란 정권에 대한 타격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우리는 이란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차단하기 위해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제재의 핵심은 디지털 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 관련 이란과 거래를 하는 다른 국가에 '2차 제재'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2차 제재는 특정 제재 대상과 거래한 제3국에 대해서도 관세 등 제재를 부과하는 것으로 '제3자 제재'라고도 불린다.
재무부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이란은 제재 회피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점점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및 정권 내부 관계자들과 연계된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고 했으며, 기술에 대해선 "첨단 기술에 접근해 자국 제조 무기 프로그램에 통합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을 2차 제대 대상으로 삼은 이유로는 "공식 금융 부문이 붕괴함에 따라 이란 정권은 만연한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리알화 가치를 안정화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항공에 대해선 "전투원 수송, 무기 및 민감한 기술 운송, 대리세력에 금·현금 이동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했고, 해운에 대해선 "민감한 무기 부품과 미사일 전구체를 정기적으로 수송하고 있으며, 정권과 군을 위해 불법적으로 석유를 운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또 이란 정권이 핵 및 미사일 기술을 확보하고, 사이버 작전을 수행하며, 석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전 세계 60여개 단체와 개인, 선박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재무부는 제재 대상에 탄도 미사일 개발 및 핵 연구를 위한 확산 민감 기술·장비 조달을 지원하는 이란 국방·군수부(MODAFL)의 종속 기관들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이란 정보안보부(MOIS)가 지휘하는 악의적 사이버 그룹이 포함되며,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중국, 싱가포르, 스위스, 유럽 및 기타 지역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송하고, 수익금을 IRCG 최정예부대인 쿠드스군 등에 유입시키는 중개인, 기업, 그림자 선박 네트워크가 제재됐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는 이란이 석유를 밀수하고 제재를 회피하는 데 사용해 온 모든 거점, 모든 중개자, 모든 네트워크를 파악했다"며 "오늘부터 올가미를 더욱 조여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사악한 이란 정권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든 잠재적 수입원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누출 제로'(zero leakage) 접근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더욱 철저히 옥죄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 정권과의 교류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국가에는 우리가 지정한 활동을 중단해야 할 기한이 주어졌다. 만약 그들이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재무부의 권한을 통해 일방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란과 교류를 끊지 않는 국가는 2차 제재 대상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베선트 장관은 특히 "이란을 대신해 자금 세탁을 조장하는 어떤 기관이든 미국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조치에 이란의 최대 수출·수입국인 중국의 은행 및 금융기관이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질의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도 미국의 제재 손길을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거래를 용이하게 하고 이란산 석유를 돈과 탄압의 수단으로 전환하는 생태계의 일부라면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조용한 외교를 통해 각국과 소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국가와 대화를 통해 우리의 기대치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은 2차 제재 대상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란 교류 중단 시한'을 묻자 "우리가 무한한 인내심을 가진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우리는 모든 이에게 잘못된 행동(이란과의 교류)을 바로 잡을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며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시정 기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지만, 그 과정은 매우 빨리 진행될 것이며 우리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베선트 장관의 발표는 예고된 것이다. 그는 전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낸 '이란에 경제적 D-데이가 오고 있다' 제목의 기고문에서 경제적 D-데이가 "적국을 상대로 지금까지 동원된 최대의 단일 금융 공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처가 이란에 실질적인 압박 효과를 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베선트 장관은 앞으로 더 많은 제재가 발표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고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이번 제재가 이란 경제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은 "미국은 이란과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기를 거부하는 국가들에 대해 치명적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실제로 대규모의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짚었다.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