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 확보, 대미협력 집중할때[청계광장/유지훈]

한국 상당한 설계·건조역량 갖고있지만

핵연료 공급,비확산문제 미와 협의해야

미 정부·의회에 정치적 공감대 넓혀야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확보는 이제 필요성 논의를 넘어 구체적인 사업 추진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한미 정상 간 공감대에서 출발한 핵추진잠수함 확보 노력은 정부가 지난 5월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에서 사업의 기본 방향과 추진계획을 마련하면서 구체화했다. 저농축우라늄 사용과 국내 설계·건조를 기본으로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하는 추진 방향이 제시됐다. 국내적으로도 사업 추진체계와 기술적·제도적 기반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비확산 원칙 준수와 재래식 무장을 통한 방어적 운용 방향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관리하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충실히 정비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실질적인 협력 여건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상당한 수준의 조선·설계 역량과 잠수함 건조 경험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핵연료 공급, 핵물질 관리, 관련 법·제도와 비확산 문제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특히 핵추진잠수함의 전략적 필요성과 동맹 차원의 가치에 대한 미국의 공감대를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양국 간 협력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대미 협력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미국 의회 차원에서도 한미 핵추진잠수함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 심사 과정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확보와 관련한 한미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검토 내용에는 한미 간 협력의 범위와 방식은 물론, 역내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비용, 비확산 관련 쟁점 등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검토 결과는 향후 미국 내에서 한미 핵추진잠수함 협력의 범위와 방향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검토 결과가 나온 뒤 대응하기보다 지금부터 미국 내 논의 과정에 한국의 입장과 전략적 논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대미 협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미 행정부와 의회는 물론 미 해군과 태평양사령부, 전략·비확산 분야 전문가들까지 소통의 폭을 넓혀야 한다. 특히 핵추진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를 북한의 잠수함 등 수중전력에 대한 대응수단으로만 설명하기보다는 보다 폭넓은 안보적·동맹적 관점에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핵추진잠수함이 변화하는 해양안보 환경 속에서 한미 연합방위력을 강화하고 동맹의 역할분담을 확대하는 동시에 역내 해양안보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동맹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협력 의제도 구체화해야 한다. 핵연료 공급, 인력교육, 핵물질 관리, 관련 법·제도 정비 등 필요한 협력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저농축우라늄 사용과 재래식 무장, 국제 비확산 규범 준수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한국이 필요로 하는 협력뿐 아니라 동맹과 역내 안보에 어떠한 역할과 책임을 담당할 것인지 함께 제시할 때 미국 내 신뢰와 지지도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결국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의 기술적·제도적 기반과 미국과의 협력 여건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단계를 넘어 미국 내 전략적 이해와 정치적 공감대를 넓히고 이를 실질적인 협력으로 발전시켜야 할 시점이다. 내년 미국의 검토 결과가 한미 핵추진잠수함 협력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대미외교를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양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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