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내놓았다. 원화를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 통화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인식의 대전환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역외원화결제기관 도입, 한국은행의 역외원화결제망 구축을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내놓았다. 원화를 해외에서도 조달·송금·결제할 수 있는 통화로 만들기 위한 기반이다.
여기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거래와 국경간 유출입을 제도화하고,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연계한 국채 토큰화, 글로벌 결제 프로젝트 참여까지 추진하겠다는 방향이 담겼다.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의 부가상품만이 아니라 원화 국제화의 강력한 실행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원화 국제화의 가장 큰 한계는 사용 장소와 시간이다. 해외 투자자와 기업이 원화를 이용하려면 국내 계좌와 외환 절차를 거쳐야 하고, 무역과 국제금융은 여전히 달러 중심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24시간 이전할 수 있고 지급과 결제, 담보와 자산거래를 하나의 디지털 환경에서 연결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역외 원화계좌와 24시간 결제망에 연동된다면 해외 기업의 원화 무역결제, 외국인의 국내 자산투자, 개인의 해외송금에서 원화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토큰화 국채나 예금토큰과 결합하면 자산과 대금이 동시에 이전되는 동시결제 이행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달러는 이미 국제결제와 준비통화의 지위를 확보했지만 원화는 사용처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경쟁의 기준도 단순히 시가총액만이 아니라 실제 결제액, 해외 보유자 수, 상환 속도, 무역·투자 거래와의 연결성에 두어야 한다. 달러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언제든 액면가로 상환할 수 있어야 하고 준비자산의 종류와 보관기관, 발행량과 준비자산의 실시간 대사, 파산 시 이용자 우선변제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충분한 사용처와 유동성이 중요하다. 거래소 안에서만 유통되는 토큰만으로는 원화 국제화에 기여할 수 없다. 은행계좌, 외환시장, 무역금융, 증권결제, 해외 지급결제망과 연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특정 사업자의 폐쇄형 네트워크가 아니라 은행·핀테크·커스터디·블록체인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상호운용 표준도 필요하다.
중앙은행이 최종 결제의 신뢰를 제공하고, 은행은 발행과 상환 및 준비자산 관리를 담당하며, 전문 사업자는 지갑·수탁·키관리·거래통제·컴플라이언스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패는 발행 허용 여부가 아니라 실제 원화와 동일한 신뢰를 디지털 환경에서도 구현하고, 해외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수요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원화 국제화의 청사진을 이루기 위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를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