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모든 비대면 환자에 약 배송 추진…약물남용 안전장치는 ‘빈칸’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의약품 배송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가운데 약물 오남용 등 환자 안전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의료계와 정부 말을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약 배송 확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법 개정으로 올해 말부터 비대면진료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되면서 섬·벽지 주민들, 장애인 등 의료 취약 대상자에 한해 약 배송이 허용될 예정이었으나 ‘국민 편의’를 위해 비대면 진료 환자 전체로 대상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약사법, 의료법 등 관련 법규 개정을 검토하고,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 약사단체, 비대면진료 중개업체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개정 의료법 시행을 넉 달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전체 환자 대상으로 약 배송을 논의하면서 환자 안전관리 방안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개정법을 보면 비대면진료 시 의약품 인도 대상은 섬, 벽지 지역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 장애인, 제1~2급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의료 취약지 거주자 혹은 의료 취약 계층 등으로 제한돼 있다. 비대면 진료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약 배송은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된 이후 처음으로 전면 개방된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밝히면서 비대면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안전하게 수령하고 복용할 수 있도록 조제약 품질 관리, 환자 수령 여부 확인과 복약 지도 등 세부 사항에 대한 검토도 병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송 과정에서 변질이나 오배송이 되지 않을지, 오남용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지 등 구체적 논의 과제가 남은 셈이다.

의약계에서는 약 배송 대상을 일부 취약계층에서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만큼, 약물 오남용 가능성 등 환자 안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대표는 “한국은 주치의 제도가 없어 특정 의약품을 원하는 환자가 한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지 못하더라도 다른 의료기관을 찾아 다시 처방을 시도할 수 있는 구조”라며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이 광범위하게 허용되면 약물 오남용을 발견하거나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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