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징역 12년 선고…유족 "뒤늦은 범행 인정, 검경·재판부 농락하는 것"

[촬영 이주형]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어린 자녀를 태우고 만취 운전을 하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숨지게 해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30대 엄마가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범행을 인정했다.
유족은 뒤늦은 A씨의 태도 변화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탄원했다.
26일 대전지법 제1형사부(강길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38)씨의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은 "1심에서 범행을 일부 부인했으나, 이제는 범행을 인정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A씨도 변호인 입장과 같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4일 오후 9시 19분께 충남 홍성군 한 도로에서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211% 상태에서 시속 178㎞로 과속 운전을 하다가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운전자 B(28)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사고를 내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아이들이 놀랐다며 목격자 등을 향해 항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한속도를 시속 118㎞가량 초과해 신호를 위반하며 난폭 운전하던 차 안에는 A씨의 4살·6살 두 딸도 타고 있었다.
이에 검찰은 난폭 운전과 교통사고로 A씨의 딸들이 겁을 먹었고, 이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도 적용해 기소했다.
A씨는 1심에서 "당시 만취해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몰랐으며 사고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고, 도주 의사도 없었다"고 도주치사와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부인했으나 1심 재판부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아직 생존해 있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하기는커녕 자신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언행을 보이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차를 보고 도주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혐의와 관련해서도 "자녀들을 보호·감독하는 사람인데도 2명의 자녀를 차량에 태워 음주운전 및 난폭운전을 상당 시간 자행하고 사망 사고를 내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상당히 해를 끼쳤다"고 질타했다.
A씨와 검찰이 모두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하면서 이날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리게 됐다.
A씨 측의 입장 변화에도 B씨 유족은 엄벌을 촉구했다.
이날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B씨 아버지는 "범행을 부인하던 것을 이제서야 인정한다는데, 경찰·검찰·1심 재판부 전체를 농락하는 것"이라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 합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족은 별도로 A씨와 그의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측이 피해자 측과 사죄하고 협의할 시간을 갖길 원한다고 밝힘에 따라 항소심 재판은 한 기일 더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30일에 열릴 예정이다.
so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