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이태석 신부님 보며 힘내” 남수단 최초 신경과 전문의 탄생

남수단 최초의 신경과 전문의가 된 조셉 볼. 자신의 방에 이태석 신부의 사진을 걸어 놓고 의사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태석재단 제공

오랜 내전과 기아로 허덕이던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의료·교육 활동을 펼치다 세상을 떠난 이태석(1962~2010) 신부의 제자가 남수단 최초의 신경과 전문의가 됐다.

18일 이태석재단은 조셉 볼(36)이 지난 6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학교의 교육병원인 블랙 라이언 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남수단 최초의 신경과 전문의가 됐다고 18일 밝혔다. 조셉은 남수단에서 의대를 졸업한 뒤 에티오피아의 가장 큰 국립병원이기도 한 이 병원에서 수련 과정을 밟아왔다.

조셉은 자신의 고향인 남수단 톤즈에서 사제이자 의사, 교사로 헌신하며 산 이 신부를 만나 의사의 꿈을 품게 됐다. 이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됐지만 이후 가톨릭 사제가 되기로 마음먹고 살레시오회에 입회했다. 2001년 서울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곧 남수단의 오지 마을 톤즈로 건너갔다. 내전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이 신부는 마을 사람들과 벽돌을 만들어 병원과 학교를 지었고, 전쟁을 겪으며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입은 어린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남수단 최초의 브라스밴드도 만들었다. 2001년 이 신부를 처음 만난 조셉은 이 브라스밴드에서도 활동했다고 한다. 한센병을 비롯한 전염병 환자들을 보살피고 어린이들의 자립을 돕던 이 신부는 2010년 대장암으로 선종했다. 이 신부의 불꽃같은 삶은 같은 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태석재단 누리집 갈무리

이태석재단은 “언제나 밝게 웃으며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려 애쓰던 이 신부님의 진심은 어린 조셉의 마음에 의사의 꿈을 품게 했다”고 밝혔다. 조셉은 지금도 자신의 방에 이 신부의 사진을 걸어 두고 있다. 조셉은 “힘들고 지칠 때면 사진 속 신부님과 대화를 나누며 다시 힘을 낸다”고 말했다.

이태석리더십아카데미 구진성 대표(오른쪽)가 조셉 볼(가운데)이 근무하는 에티오피아 블랙 라이언 병원을 방문해 지도교수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태석재단 제공

조셉이 의사의 꿈을 이루는 데에는 또 다른 한국인의 도움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백혈병 진단을 받고 서울대 의과대학에 합격했지만, 투병 2년 만에 세상을 떠난 고 권성현군의 부모다. 성현군의 부모는 아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다른 청년을 통해 이어가고 싶다며 이태석재단에 성현군의 6년치 학비를 기부했다. 이태석재단은 조셉을 ‘권성현 장학생’으로 선발해 의학 공부를 지원했다. 조셉은 성현군의 부모에게 “두 분께 받은 사랑과 도움을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태석재단 누리집 갈무리

 

조셉 볼이 톤즈 한센인마을에서 의료봉사를 마친 뒤 마을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태석재단 제공

조셉이 신경과를 택한 이유도 특별하다. 조셉은 “남수단에는 뇌전증과 같은 신경계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많은데 신경과 전문의는 단 한 명도 없다”며 “고향으로 돌아가면 제가 받은 것보다 몇 배 더 큰 사랑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치료하며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석 신부님을 언제나 제 마음속에 간직하며, 제가 하는 모든 일 속에서 신부님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조회 59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