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니면 ‘우리 법무법인과 계약할 수 없다’고 했어요. 빚 때문에 다급한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다른 곳을 알아볼 생각도 못 하고 덜컥 계약했죠.”
수천만원의 빚을 진 20대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5월 유튜브 등 광고에서 ‘개인회생 전문’을 내세운 ㄱ법무법인을 찾았다가 600만원의 수임료를 요구받았다. ㄱ법무법인은 축적된 노하우를 자랑하며 개인회생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불안한 마음에 쫓기듯 계약한 김씨는 뒤늦게 ‘당했음’을 깨달았다. 법원의 개인회생 대신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신속채무조정을 이용하면 수수료 5만원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 설령 개인회생을 진행하더라도 통상 수임료는 200만∼300만원 선이었다. 김씨는 18일 “계약 취소를 요구했지만 위약금 200만원을 요구했다”며 “빚에 내몰린 처지에 속았다는 생각마저 들어 절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빚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조정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상대로, 일부 법무법인이 과장 광고로 상담을 유도한 뒤 당일 계약을 밀어붙이며 과도한 수임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 한도를 소진하게 하거나 사채까지 알선하는 방식으로 수임료 대출을 부추겨, 채무를 해결하려다 외려 고금리 빚을 새로 떠안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는 ‘채무 95% 이상 탕감’이나 ‘초저가 수임료’를 강조하며 상담 고객을 끌어들이는 법무법인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거짓·과장 광고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신속채무조정 등은 신복위에 신청하면 누구나 손쉽게 진행할 수 있고, 개인회생 절차를 밟더라도 95% 이상 탕감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저렴한 수임료’ 역시 눈속임인 경우가 많다. 초기 신청서 작성 비용만 낮게 책정한 뒤, 추후 보정 단계마다 별도 비용을 청구해 최종 수임료가 600만∼700만원에 이르는 식이다. 신복위에 접수된 피해 사례 중에는 ‘신복위 채무조정을 신청하려면 법률사무소와 계약해야 한다’고 속여 안내하거나, 상담 뒤 ‘채무조정 컨설팅’ 명목으로 1천만원 상당의 수임료를 챙긴 법무법인도 있었다.
수임료가 없는 채무자에게 또 다른 빚을 떠안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용카드 한도를 모두 끌어 쓰게 하거나 이른바 ‘카드깡’을 권유하는가 하면, 심지어 사채업자까지 소개하는 법무법인도 있다고 한다. 책 ‘청년파산’을 쓴 박기태 변호사(법무법인 한중)는 “일부 법무법인은 해당 사채를 개인회생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하는데, 고의 누락이 적발되면 회생절차가 폐지될 수 있고 적발되지 않더라도 사채 빚은 면책되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고 짚었다.
신복위는 채무자의 연체 기간과 상황에 맞춰 신속채무조정,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 등의 제도를 운용한다. 신복위 협약 금융회사의 채무를 대상으로 이자·원금 감면과 상환기간 연장을 지원한다. 상담은 무료이고 신청 수수료는 5만원이다. 법원을 통해 진행되는 개인회생은 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하지만, 사채·세금 등 신복위 제도로는 해결하기 힘든 채무까지 일정 요건에 따라 조정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복위 관계자는 “채무조정 시장은 정보 비대칭이 심하다”며 “신복위 등 공적 채무조정 기관에서 자신의 채무 상태와 이용 가능한 제도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