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웅동저수지 저수율 2%대…"하루 수차례 급수차 와도 기별도 안 가"
전국서 경남 3개 시군만 가뭄 '심각' 단계…일부 지역 생활용수도 영향

[촬영 김동민]
(밀양=연합뉴스) 김동민 박영민 기자 = "처서(23일)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농사는 다 포기해야 할 판이라예. 여기서 40년 농사지었는데, 이래 가문 건 처음 아입니꺼."
10일 오전 10시 30분께 경남 밀양시 무안면 웅동리. 뙤약볕 아래 쩍쩍 갈라진 논바닥을 바라보던 농민 진갑숙(76·여)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40년 넘게 벼, 고구마, 콩 등을 재배해온 진씨는 "급수차가 하루 몇 차례씩 물을 갖다 부어도 땅이 워낙 말라 갈라져 기별도 안 간다"고 토로했다.
다가오는 처서 무렵에는 벼가 이삭을 내야 하지만, 며칠 내로 흠뻑 비가 쏟아지지 않으면 한 해 결실을 살려낼 방도가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실제 이날 논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심하게 갈라져 있었고, 푸르게 자라야 할 벼 일부는 잎끝이 누렇게 변한 채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지난 8∼9일 밀양지역에 1.1㎜의 비가 내렸지만, 농민들은 "턱도 없는 수준"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같은 마을 농민 최무림(84·남)씨는 "지금이 벼에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라며 "이때 물이 없으면 벼가 제대로 영글지 못하고 쭉정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한 곳은 이미 벼가 다 말라버렸다며, 비가 오지 않으니 어떻게든 물을 끌어다 논에 대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호소한 뒤 씁쓸하게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촬영 김동민]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마을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웅동저수지의 이날 저수율은 2.6%에 불과했다.
평년 저수율 72.7%와 비교하면 3.6% 수준이다.
저수지 깊이를 표시하는 수위표는 물 밖에 덩그러니 드러나 있었고, 그 아래에는 얕은 물만 남았다. 물이 없어 드러난 저수지 바닥 역시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모습이었다.
한참 저수지를 바라보던 농민 김권수(67·남)씨는 "50년째 농사를 지었는데 7∼8년에 한 번씩 가뭄이 오기는 해도 올해가 가장 심하다"며 "비가 찔끔 와서는 안 되고 시원하게 쏟아져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벼농사뿐만 아니라 밭농사도 비상이다.
밀양시 산외면, 단장면에 위치한 비닐하우스 깻잎 농가는 관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비교적 상황이 낫지만, 노지 밭에서 깻잎을 키우는 농가들은 턱없이 부족한 물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한낮 기온이 32도를 기록한 인근 창녕군의 상황도 엇비슷했다.
전평마을 일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옥천저수지의 저수율은 1.9%까지 떨어졌다.
평년 저수율 79.9%의 2.3% 수준으로, 저수지에는 가느다란 물길만 남았고 대부분 수분이 말라붙어 회색빛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창녕에서 만난 한 농민은 갈색으로 변한 자신의 논 사진을 보여주며 "갈색으로 변한 벼는 이미 다 버린 벼"라며 "오늘 하늘에 햇무리가 예쁘게 떴는데 시원하게 비라도 내려줬으면 한다"고 간절히 바랐다.
경남지역 농업용수 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 9일 밀양에 이어 이날 함안, 거제도 농업용수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했다. 전국에서 농업용수 가뭄이 심각 단계인 지역은 현재 이들 3개 시군뿐이다.
가뭄 상황은 주민들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역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통영, 고성 섬 지역 등 26개 마을에서는 밤 시간대 제한급수를 하거나 급수선, 병물 등을 동원해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경남도와 한국농어촌공사는 낙동강과 하천의 물을 끌어올리고 지하수와 급수차를 동원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등 가뭄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촬영 김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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