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최대 7천476억원의 20배 가능성…정부 조달 비용 증대 등 피해
정보교환, 담합 해당 여부·관련 매출액 산정 방식 '쟁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심판정에서 열린 전원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주요 증권사와 은행이 담합한 혐의를 포착해 곧 심의에 넘긴다.
짬짜미한 입찰 규모가 76조원에 달하는 만큼 과징금이 15조원에 이르고,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정위 사무처는 국고채 입찰 담합 사건과 관련한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2월 28일 공정위에 제출하고, 15개 국고채 전문딜러(PD) 사업자에게 같은 해 3월 10일 송부했다고 6일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과 제재 의견을 담은 문서로, 최종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 향후 전원회의나 소회의 심의를 거쳐 사건과 관련한 최종 판단이 이뤄진다.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 국고채 입찰 시장서 PD 18개사 중 15개사 짬짜미
심사보고서를 받은 증권사는 교보, 대신, 메리츠, 미래에셋, 삼성, 신한, 엔에이치투자, 케이비, 한국투자, 키움 등 10곳이다.
은행은 국민, 농협, 기업, 하나, 산업 등 5곳이 해당한다.
국고채는 재정경제부가 국가재정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며, 대부분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발행된다.
국고채 PD는 국고채 발행 시장에서 인수 등에 관한 우선적 권리를 부여받는 대신 유통시장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시장 조성 의무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PD는 18개사, 예비 국고채 전문딜러(PPD)는 5개사로 집계됐다.
입찰 담합 사건과 연루된 15개 국고채 PD사는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3년 6개월간 국고채 입찰에 참여하면서 입찰 담합 행위, 정보 교환 담합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PD사들이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금리와 가격, 물량 등 정보를 사전에 공유한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위로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형성해 정부의 국채 조달 비용 부담을 키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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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 심사관, 법인·임원 고발 의견도 제시
심사관은 이들의 위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과 '정보교환 담합'을 위반하는 '매우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담합에 영향을 받은 입찰 규모(관련 매출액)는 약 76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대 과징금 부과율 20%를 적용하면 15조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셈이다.
담합 사건으론 기존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종전 최대 과징금은 전분·전분당 짬짜미를 벌인 4개 업체가 받은 7천476억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치 수준은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국고채 시장 상황과 파급효과, 피심인들의 재무 상태도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공정위는 재경부와도 조사 초기부터 의견 교환과 협조를 해왔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경부는 입찰 담합 방지 필요성에 관해 공정위와 의견을 같이한다"면서도 "국채 시장에서 PD 제도의 중요성, 공정위 제재의 시장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TV 캡처]
◇ 업계, 이달 중 심의 관측…주병기 "가급적 3분기 중 심의"
관건은 정보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다.
PD사들은 경쟁입찰 과정에서 금리와 가격, 물량 등 정보를 공유한 것은 통상적인 시장 동향 파악이라고 맞서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심인(PD사)들 간에 관행적 소통으로 볼 수 없는 투찰 금리에 대한 구체적이고 빈번한 합의, 담합과 정보 교환이 이뤄졌다는 게 심사관 입장"이라고 전했다.
과징금 산정 기준도 쟁점으로 꼽힌다.
공정위 심사관이 산정한 관련 매출액은 낙찰 금액이다. 법령상 입찰 담합은 계약 금액, 구매 담합은 구매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
반면 PD사들은 낙찰 금액이 매출액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만큼 영업수익 중심으로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반박한다.
심사보고서 분량은 1만2천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피심인의 의견 제출 기한은 심사보고서 송부 후 8주지만 이번엔 연장 요청을 포함해 6개월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도 심의 일정을 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공정위는 전원회의 일정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달 중으로 전원회의가 열려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5월 간담회에서 국고채 등 담합 사건과 관련해 "가급적 3분기 중에 심의가 이뤄질 수 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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