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우크라 총사령관, 나토 비판…"러 전력 절반 도달에 12년 걸려"

잘루즈니 "미래 전쟁도 2차대전 같을 것이란 환상 사로잡혀"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 총사령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의 전장 역량의 절반 수준에 도달하는 데에도 10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이 예상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전 초기에 총사령관을 맡아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나토가 미래의 전쟁도 2차 세계 대전과 같은 방식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환상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로 재직 중인 그는 최근 키이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대사 회의에서 "나토는 앞으로도 현재의 형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러시아 연방 전력의 최소 절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을 충족하려면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12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방공망과 각종 군사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나토가 나치 시절 독일과의 전쟁 시기에 확립된 해묵은 군사 교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이 오히려 나토 회원국 군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의 이런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드론이 전장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지만 나토는 이런 현대전의 현실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전장의 우크라이나 드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작년 우크라이나군이 참가한 가운데 에스토니아에서 실시된 나토의 '헤지호그 2025' 군사훈련에서는 수천 명 규모의 나토 부대가 단 10명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드론 운용팀에 의해 괴멸당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되기도 했다.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결국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는 자신이 "나토를 아주 잘 안다"면서 "약 12년 동안 나토 표준을 도입하는 실무를 직접 맡았고, 매년 우리가 곧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는 식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결코 나토에 가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헌법에는 나토 가입이 국가의 전략 목표로 명시돼 있지만, 러시아를 의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한 실정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를 상대로 항전을 이끌어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2024년 2월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경질된 뒤 주영 대사로 부임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신망 높은 인사로 매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는 아직 정치 참여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올 가을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에 맞서 출마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5월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을 키이우로 불러들여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면서 대선 출마 의향을 떠봤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이 출마해선 안 된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며 대선이 실시되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항마로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계엄령이 선포된 여파로 2019년 이후 대선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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