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비교적 침착…재난 속 불편 묵묵히 감내

(구마모토=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30일 구마모토 시내 모습. dylee@yna.co.kr
(구마모토=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지진입니다, 지진입니다."
지난 29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일본 구마모토 시내의 한 식당.
손님들의 떠들썩한 대화 소리를 뚫고 휴대전화에서 날카로운 지진 경보음이 일제히 울려 퍼졌다.
일본에서 이미 여러 번 들어본 경보음이었지만, 순간 가슴이 내려앉는 공포는 어쩔 수 없었다. 일정을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다가 들린 알람 소리에 놀라 조건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보음이 멎자마자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몇 초간의 흔들림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놀란 것은 외지인인 기자 혼자뿐인 듯했다.
식당 안 현지 주민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소를 이어가며 식사를 계속했고 직원들도 음식 서빙 등을 이어갔다.
지난 28일부터 여진이 이어지면서 익숙해진 것인지, 2016년 강진 이후 10년 만에 다시 큰 지진을 겪으며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구마모토=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29일 밤 구마모토에서 받은 지진 경고 문자. dylee@yna.co.kr
흔들림이 멈춘 뒤 확인한 이번 여진은 규모 5.8이었고, 구마모토 일부 지역에서는 일본 기상청 진도 기준 '5약'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진도 5약은 대부분의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고, 선반 위의 식기나 책장에 있는 책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후 새벽에도 건물과 침대가 들썩이는 여진이 끊이지 않았다.
지진 알림은 울리지 않았지만, 지진이 낯선 외지인에게는 두려움의 시간이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호텔 방 불을 켜두고 재난 방송을 틀어놓은 채 밤새 선잠을 잤다. 잠이 들었다가도 마치 바다 위의 배를 탄 것 같은 흔들림에 깨기 일쑤였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밤의 강한 여진 이후에도 30일 아침 9시 30분까지 구마모토 일대에서는 진도 1 이상의 여진이 40회 넘게 이어졌다.
끊임없이 땅이 흔들리는 불안한 정적 속에서 밤을 보내고 맞은 아침, 호텔 직원에게 "조식 제공이 불가하다"는 말을 들었다.

(구마모토=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 30일 구마모토 시내 모습. dylee@yna.co.kr
이유를 묻자 직원은 "지진 때문에 식재료를 조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주민들의 담담한 모습은 재난에 무뎌졌다기보다, 지진으로 인한 불편과 불안을 묵묵히 감내하는 태도처럼 기자에게는 비쳤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