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력기기 업계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의 돈을 벌어들이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K-변압기 대표 기업들이 연일 역대 최고 실적을 공시하고 있으나 주식 시장에서의 주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가파른 등락을 반복 중이다.
이들 기업의 실제 사업 기반과 실적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하지만, 정작 주가의 흐름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전력기기 간판 기업들의 2분기 성적은 일제히 시장 예상치를 충족했다.
지난 23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S일렉트릭은 매출 1조5770억원, 영업이익 1785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첫 분기 매출 1조원 돌파와 함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 급증하는 호실적을 냈다.
오는 31일 실적 발표를 앞둔 효성중공업 또한 북미 중심의 초고압 변압기 호황과 고마진 수주잔고의 매출 전환, 1분기 지연 물량 반영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탄탄한 실적과 달리 주가의 흐름은 냉혹했다.
LS일렉트릭이 실적 발표 직후 하루 만에 17% 넘게 급등한 반면, HD현대일렉트릭은 역대급 성적표를 내놓은 바로 다음 날 장중 13% 이상 급락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적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에서 막상 예상치 수준의 성적표가 나오자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을 위해 매물을 내놓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0일 전력기기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파벳(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의 수익성을 따져보며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고, 이 여파로 국내 변압기 기업들의 주가도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절론이 불거지자, 미국의 대형 전력 설비 기업 이튼(Eaton)과 데이터센터 냉각 기업 버티브(Vertiv)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며 국내 증시의 낙폭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이들 미국 대장주의 주가 추이가 국내 투자 심리에 반영되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종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는 이번 주가 변동성을 변압기 산업의 구조적 리스크가 반영된 결과로 본다.
수주부터 매출 반영까지 통상 1~2년이 걸리는 특성상, 최근의 호실적은 과거의 기록일 뿐 주가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빅테크의 투자 속도 조절로 신규 수주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탄탄한 수주잔고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는 모양새다.
그만큼 이미 확보해 둔 대규모 주문이 향후 실질적인 수익으로 실현되는지 검증하려는 시장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2분기는 국내 전력기기 3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 기준이 바뀌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전 세계적인 변압기 부족 현상에 따른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면, 이제는 생산 효율성과 이익률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HD현대일렉트릭이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가 주춤한 것은 투자자들의 평가 기준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단순 수주나 선언적 전망을 넘어 확보한 주문을 분기별 실적으로 입증하는 수익의 지속성에 시장이 더욱 주목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전력기기업계 한 관계자는 “역대급 실적에도 글로벌 빅테크의 움직임에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라며 “탄탄한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대외 리스크와 불확실성 앞에 시장의 눈높이가 한층 더 깐깐해지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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