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원자력법 123조 근거로 협력 조건 체결…핵비확산 강력한 통제
2009년 재처리·농축 포기한 UAE '골드 스탠더드'보다 대폭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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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22일(현지시간) 맺은 원자력 협정은 민간용 원자력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미국의 핵심 기술을 도입하는 데 필수적인 절차다.
1954년 제정된 미국 원자력법 123조는 타국과의 협력 조건을 규정하는 데 이 법조항을 근거로 체결된다고 해 '123 협정'이라고도 부른다.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24개국 정부,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27개국) 등 51개 정부·기구와 26건의 123 협정이 체결됐다.
이 협정은 핵물질과 관련 장비를 제조·수출하는 미국 기업의 거래를 규율하고 사찰 의무와 핵비확산을 위한 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데 원자력 기술의 중요도를 감안해 미국 의회가 승인해야 발효된다.
원자력법 123조가 요구하는 협정 조건은 ▲이전된 핵물질·장비에 대한 IAEA 안전조치(세이프가드) 적용 ▲비핵보유국의 전면적 IAEA 안전조치 수용 ▲핵무기 및 군사적 목적 전용 금지 ▲농축·재처리 시 미국의 사전 동의 필수 ▲고농축 우라늄·플루토늄 생산 시 미국의 별도 승인 ▲IAEA 안전조치 미준수 시 핵물질·장치 반환 등이다.
사실상 원자력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통제권에 동의해야 원전을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랍에미리트(UAE)처럼 한국이 원전을 수출했을 때도 미국의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2009년 UAE는 미국과 중동 국가론 처음으로 123 협정을 맺었다.
미국과 UAE의 협정에선 미국의 요구대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플루토늄 생산)와 우라늄 농축을 아예 포기한다는 '골드 스탠더드'가 적용됐고 당시 미국 정부는 이를 모범사례로 내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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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사우디의 123 협정이 '파격적'이고 '예외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건 이런 전례 때문이다.
원자력법 123조 a항 후반부에 보면 미국 대통령은 협정이 미국의 핵비확산·안보 이익에 직접적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 일부 조건을 면제해주는 예외권을 발동할 수 있다. 그간 미국 대통령이 이 예외권을 발동한 123 협정 사례는 없다.
하지만 미국의 사전동의(Prior Consent) 하에 조건부로 농축을 허용하는 조항이 있다.
이번에 미국은 사전동의 조항을 근거로 사우디와 2년간 공동연구를 통해 상업적 타당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면 사우디 영토 안에서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었다.
사우디 영토에 관련 시설을 설치하되 사우디인의 접근을 배제하고 미국이 독점 운용·통제하는 '블랙박스'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핵무기 개발을 위한 잠재적 핵활동으로 여겨지는 재처리·농축을 향한 길이 열린 셈이다.
사우디는 자국에 매장된 우라늄광을 활용해야 한다며 영토 내 농축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123 협정은 IAEA의 사찰 수준도 의무화한다.
원자력법 123조는 비핵보유국의 경우 IAEA의 전면적 안전조치를 수용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IAEA와 포괄적안전조치협정(CSA) 체결을 뜻하는 데 신고 시설에 대해 일정을 사전 통보하는 정기 사찰을 받으면 된다.
UAE는 CSA뿐 아니라 추가의정서(AP)까지 수용했다. AP는 미신고 시설을 포함한 해당 국가 전체의 의심장소를 불시에 사찰하는 내용으로, 원자력법 123조의 의무사항은 아니나 통상 미 의회와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이다.
그간 사찰 강도가 가장 낮은 소량물질의정서(SQP)를 수용했던 사우디는 IAEA와 CSA 전면 적용 절차를 추진하고 있으나 AP 수용엔 소극적이다. 이번 123 협정에 AP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23 협정은 미국이 제공했거나 미국산 장비·기술로 생산되지 않은 핵물질을 농축하거나 재처리하는 것까진 막지 못한다는 허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우디가 제3국에서 구입한 핵물질, 영토 내에서 직접 채굴한 우라늄광을 농축하면 123 협정 위반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사우디 역시 AP 수준의 IAEA 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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