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자존심 신진서, 2점 접바둑 또 인공지능 꺾었다

신진서 9단. 연합뉴스

세계 최강의 신진서(26) 9단이 2점 접바둑에서 인공지능(AI)을 또 꺾었다. 기계와의 싸움에서 인간의 전략이 유효함을 알렸다.

신진서는 21일 서울 중구 청파로 한국경제티브이(TV)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3국에서 현존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흑으로 11집 반을 이겼다.

이날 승리로 신진서는 카타고와 대결 2승1패로 승리했다. 신진서는 10년 전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1승(4패)을 거둔 이래 비약적으로 발전한 인공지능을 상대로 2점을 깐 공식 대국에서 2연승한 최초의 기사가 됐다.

신진서는 지난 17일 열린 1국에서 인공지능의 예측불허 첫 수에 당황하며 패배했지만, 2국에서 4집반을 이겼고, 이날 3국에서는 초반부터 막판까지 한치의 흔들림없는 안정적인 국면 운영으로 완승을 거뒀다.

신진서는 이날 3국에서 두 점을 먼저 깔았고, 돌 두 개를 먼저 놓은 사람이 얻는 이점은 18.5집 정도였다. 상당히 큰 우위지만, 매번 100점짜리 수를 두는 인공지능을 상대로 18.5집이 큰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의 엄청난 연산능력 앞에서는 한번 실수로 벼랑 아래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진서 9단이 이번 대결을 앞두고 “98% 아래로 승률이 떨어지면 위험하다”고 말한 이유다.

신진서 9단. 연합뉴스

이날 신진서는 대각선 양 화점에 두 개의 돌을 먼저 놓았고, 인공지능은 좌상변 화점에 착수하며 대국을 시작했다.

신진서는 백의 착점 대각선 소목에 돌을 놓으며 대국했는데, 박정상 해설위원은 이 착점을 두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화점에 착점했다면 널리 알려진 모퉁이에서 정석이 진행되고, 서로 반반의 이익을 취하는 수순으로 바둑판의 4분의 1을 정리하면 이후 판 운영이 쉬워진다. 실제 2국에서는 그런 식의 초반 정석이 진행되면서 신진서가 이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박정상 해설위원은 “신진서 9단이 분명 정석진행이 예고된 화점에 돌을 놓을 수 있었지만, 도전하는 자세로 소목에 뒀다. 세계 1위 신진서가 인간의 자존심을 걸고 둔 한 수”라고 짚었다.

신진서 9단. 연합뉴스

실제 진행에서는 우하귀에서 큰 변화는 없었고, 초중반 상황은 서로 조심스러운 착수를 이어갔다. 우상귀에서 벌어진 신경전에서는 신진서가 귀의 실리를 내주는 대신 상변과 우변의 세력을 쌓는 작전으로 나섰고, 이것이 초반 포석의 판도를 유리하게 굳힌 결정적인 장면이 됐다.

신진서는 국면을 단순화 시킨 이후 카타고와 큰 접전 없이 중반과 후반 국면을 운영했고, 집 차이도 1~2국과 달리 10집 이상을 지켜냈다. 또 단 한번도 승률 99%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박정상 해설위원은 “전략이 있는 한 인간이 쉽게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신진서가 카타고와 대국을 통해 스스로 더 발전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신진서는 생각시간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를 받고, 카타고는 모든 수를 20초 안에 착수해야 한다. 승패를 내기 위해 흑은 0.5집을 덤으로 부담한다. 신진서의 대국료는 판당 5천만원이며, 승리할 때 5천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신진서가 2승을 거두면 제네시스 G90을 부상으로 받는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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