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K 부정시험 113명 입건…대리응시·첨단장비 동원
대학 진학·장학금 수령…서울 주요 대학도 포함
검거 못한 해외 의뢰자 200명…경찰, 시험제도 개선 요구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를 통해 취득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으로 국내 대학에 진학하거나 장학금을 받은 외국인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대는 대리시험 브로커 A씨(28)와 대리시험 응시자 11명, 의뢰자 101명 등 총 113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중 A씨는 지난 1월29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불구속 입건된 응시·의뢰자들 대다수도 검찰에 송치됐다. 피의자들은 귀화한 중국인 1명 외 모두 중국 국적자로 파악됐다.
일당은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TOPIK 시험장에서 위조신분을 제시해 대리시험을 보거나 첨단 장비를 동원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 감독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TOPIK은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으로 외국인의 국내 비자 취득과 연장, 학위 취득, 취업 등에 활용된다. 검거된 의뢰인들은 범행을 통해 높은 점수를 취득한 뒤 국내 대학 입학과 졸업, 장학금 수령 등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들이 진학한 대학 중엔 서울 소재 유명 대학들도 다수 포함됐다.
경찰은 장비 전달책 2명과 중국에 있는 총책 B씨에 대해서도 추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 결과 총책 B씨는 중국 SNS(소셜미디어) 샤홍슈 등에 'TOPIK 고득점' 광고를 올려 의뢰자를 모집했다. 이후 의뢰자의 인적사항과 대리 응시자의 사진을 합성한 위조 신분증을 제작하거나, 정답을 알려주는 장비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주도했다. 의뢰자와 외모가 비슷한 대리 응시자를 시험장에 보내기도 했다.
국내 브로커 A씨는 의뢰자들의 정보를 총책에게 전달하고, 대학원에서 공부한 컴퓨터 지식을 활용해 직접 시험 접수용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자동 로그인과 시험장 선점, 일괄 결제 등 접수 과정을 관리했다.
장비 전달책들은 부정 응시자들에게 소형 이어폰과 송수신기를 제공하고 시험 당일 실시간으로 정답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리 응시자들은 건당 80만원을 받고 시험에 대신 응시했다. 의뢰자들은 SNS 광고를 통해 브로커와 접촉한 뒤 1인당 1만~3만5000위안(한화 약 200만~300만원)을 지급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형사 처벌을 받을지 몰랐다"고 진술하는 등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들 외에 해외 거주 등을 이유로 검거되지 않은 의뢰자들도 약 200명에 달한다.
경찰은 관계 기관에 시험감독관이 육안으로만 응시자를 확인하는 현행 제도의 개선을 요청했다. 생체인식 기반 본인 확인 시스템 도입과 시험장 금속탐지기 설치, 부정 취득 성적 적발시 학적 취소와 비자 취소 등 행정처분 근거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조직과 연계된 시험 부정행위 확산 방지를 위해 관계기관과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며 "지능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