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북중미 월드컵 우승 주역 스페인 대표팀 라민 야말(19)의 4살 동생 케인이 결승전 뒤 세리머니에서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페인 빈민가 출신이자 무슬림 신자로 녹록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야말은 생애 첫 출전한 월드컵에서 동생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뒤 케인은 경기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형 야말에게 안겼다. 케인은 형이 받은 우승 트로피에 혀를 내밀어 맛을 보고, 경기장을 지키는 경찰관과 장난스러운 손 인사를 주고받았다. 경찰관이 케인에게 경찰모를 건네주는 모습도 여러 카메라에 잡혔다.

스페인의 다른 선수들과 그들의 가족도 케인을 들어 안아주거나 그와 사진을 찍었다. 스페인 공격수 니코 윌리엄스는 케인이 공을 차자 이에 맞고 쓰러지는 연기를 했고 케인은 신나 하며 웃었다. 스페인 선수들이 귀국한 뒤 20일 수도 마드리드 거리에선 야말 등이 참석한 퍼레이드가 진행됐는데, 케인의 사진을 들고 환호하는 팬들도 있었다.
영국 비비시(BBC)는 20일 “야말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를 훔친 건 그의 동생 케인인 듯하다”며 “케인이 보여준 열정적인 축하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그는 순식간에 온라인에 돌풍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야말은 그간 자신의 삶에서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 번 말해왔다. 동생과 관련해 야말은 언론에 “동생을 사랑한다”, “내게 모든 것이다”, “내 아들처럼 느껴진다”며 애정을 표현해 왔다. 야말은 지난해 9월 스페인의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나는 부엌과 침실이 한 공간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았다”며 “그래서 (지금) 어머니가 행복해하는 모습과, 내가 어릴 때 원했던 어린 시절을 내 동생이 보내고 있는 걸 보는 게 날 가장 행복하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릴 적 자란 지역도 야말에겐 중요하게 여겨진다. 모로코 출신 아버지와 적도기니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야말은 스페인 카탈루냐 남동쪽 해안의 작은 마을이자 빈민가로 꼽히는 로카폰다에서 자랐다. 야말은 골을 넣은 뒤 손가락으로 숫자 ‘304’를 만들어 보이는 세리머니를 하는데, 로카폰다 우편번호의 일부다. 무슬림인 야말은 자라며 차별적인 발언에 자주 노출돼 왔다고 한다.

2007년생 신예인 야말은 이번 월드컵에서 성숙한 태도로도 주목받았다. 야말은 프랑스와의 4강전을 앞둔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축구가 어떤 목적을 가진다면, 그것은 통합을 위한 것이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그 모범적인 사례다. 그것이 바로 축구의 존재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는 스페인의 보수 성향 전직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가 아프리카계 선수가 많은 프랑스 대표팀을 향해 “프랑스인이 없는 팀”이라며 차별적 내용의 칼럼을 쓴 것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답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