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 시민단체 “촉법소년 연령하향은 아동권리 후퇴…피해자 보호와 대립 아냐”

지난 3월18일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 포럼’의 참석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정부가 진행하는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공론화에 대해 시민사회가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사회의 안전은 촉법소년 처벌 강화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아동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기회를 주는 사법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세이브더칠드런·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아동권리학회 등 43개 기관·단체는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중대범죄를 이유로 한 조건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아동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아동친화적 사법 원칙에 역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10∼14살인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1차 공론화를 맡은 성평등가족부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의 경우 연령을 13살로 1살 낮추는 방안을 보고했으나 이재명 대통령이 2차 공론화를 지시하면서 법무부가 논의를 전담하게 된 상태다.

시민사회는 성명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과 아동에 대한 형사처벌을 확대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라며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과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실현돼야 할 국가의 책무”라고 짚었다. 이들은 지난 14일 성평등부가 보고한 방안은 ‘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가 현행 유지로 의결한 최종 권고안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라며 “범죄의 중대성이 아동의 원리를 제한하는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동이 범죄를 저지르기까지의 빈곤·학대·방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형사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범죄 예방과 재범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사법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아동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촉진하고 아동이 사회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형벌 중심의 사법이 아니라 아동친화적 사법이다. 피해자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면서도 아동에게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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