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처 ‘교부금 20.79% 폐지’에 교육계 “교육재정 축소는 미래 포기”

21개 교육·시민단체, 교부금 개편 중단 촉구
교육부 “양 부처 기존 입장 반복…계속 협의 중”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공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연동 구조 해제 필요성과 교육 투자 필요성 논리가 제기됐다. (연합뉴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공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연동 구조 해제 필요성과 교육 투자 필요성 논리가 제기됐다. (연합뉴스)

교육계가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배분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집단 반발했다. 학생 수 감소만을 근거로 교육재정을 줄일 경우 기초학력과 돌봄, 특수교육, 급식 등 공교육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며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을 비롯한 교원·학부모·교육공무직 등 21개 교육·시민사회단체는 21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재정 축소는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재정은 학생 수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라 국가가 미래세대를 위해 책임져야 할 투자”라며 “공교육의 기반을 흔드는 교부금 축소 시도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학생 수는 줄어도 교육의 책임은 줄어들지 않는다”며 “기초학력 지원과 정서위기 학생 상담, 특수교육, 노후시설 개선 등 학교에는 오히려 더 촘촘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와 학급은 유지돼야 한다”며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교육재정의 기반을 흔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학교 급식과 돌봄, 상담 등 교육복지 분야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인용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학교는 수업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급식과 돌봄, 상담, 특수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삶의 공간”이라며 “예산 삭감은 학교 노동자를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고 결국 학생들의 급식과 안전, 교육복지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태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도 “국민 수가 줄어도 국가 예산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늘리고 있는데 학생 수가 감소한다는 이유로 교육예산만 줄이겠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 위원장은 교육청의 과도한 기금 적립과 비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예산 축소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은 인정하면서도 남는 재원이 있다면 교육격차 해소와 돌봄·방과후학교, 교육복지 확대에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단체는 초·중등교육 재원을 고등교육 등에 돌리는 방식에도 반대했다.

도승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학생 수가 줄었다고 국가의 교육책임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가 줄어들수록 한 명 한 명에게 더 많은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도 수석부회장은 “초·중등 교육예산은 빼서 대학에 돌리고 등록금 부담은 그대로 학부모에게 남겨두는 방식은 공교육만 약화시킬 수 있다”며 “고등교육 투자는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신 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 행재정혁신센터장은 교육계 내부의 재정 운용 방식도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예산을 줄일 것인지, 어느 분야에 나눌 것인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떤 교육을 만들 것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점검하고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구조개혁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기획예산처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의 20.79%와 연동하는 현행 방식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교육부에 제시한 사실이 알려진 뒤 열렸다. 기획처 안은 직전 연도 교부금에 최근 3개 연도 평균 경상성장률과 평균 학령인구 변화율의 일정 비율을 반영해 교부금 총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내국세 20.79% 연동 규정과 교육세 일부를 교부금 재원으로 삼는 규정은 삭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처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세수 증가에 따라 교육교부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행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육부는 내국세 연동 방식이 경기와 정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초·중등교육 재정을 보장하는 법적 안전망이라며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양 부처가 기존 입장을 토대로 계속 협의하는 과정에서 기획처가 자신들의 개편 방향을 법안 형태로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획처는 해당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자는 입장이고 교육부는 현행 내국세 연동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전달해 왔다”며 “새로운 합의나 진전이 이뤄진 것은 아니며 여전히 협의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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