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검열 부활’ 논란 ‘유해 음원 규제법안’ 2주 만에 철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음원 유통 전 유해성 검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 두 건을 발의 2주 만에 철회했다. 문화예술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음반 사전심의제를 되살릴 수 있다며 잇따라 반발한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음악산업진흥법과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철회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두 법안은 지난 6일 김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이 공동 발의했다.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음반·음원 유통업자가 출시 전에 청소년 유해 여부를 자체 검사하도록 하고, 유해하다고 판단된 음원의 제작자가 청소년이면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이 청소년에게 명백하고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음원의 확산을 인지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긴급 유통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방미통위는 정식 심의에 앞서 플랫폼에 해당 음원의 처리를 거부·정지·제한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했다.

개정안은 현행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가 음원 발매 뒤 이뤄져 규제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문제를 보완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해 인천의 중학교를 졸업한 청소년들이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고 강력범죄를 조장하는 내용의 음원을 국내외 플랫폼에 올린 사례 등이 입법 배경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발의 직후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문화연대와 한국작가회의 등 7개 단체는 지난 13일 공동논평을 내어 개정안을 ‘대중문화 사전검열 법안’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뮤지션유니온과 문화예술노동연대도 유통사에 사전검사를 맡길 경우 논란을 피하려는 사업자들이 정치적 풍자나 사회비판적 표현까지 과도하게 걸러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식 심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기관이 플랫폼에 유통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명백하고 중대한 피해’의 판단 기준과 제한 기간, 창작자의 소명 및 이의제기 절차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내용이라도 성인이 제작한 음원은 유통할 수 있지만 청소년이 만들면 금지하는 조항은 청소년의 창작권을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화예술계는 과거 공연윤리위원회가 음반 가사를 발매 전에 심사했던 제도와 이번 개정안을 연결해 비판했다. 음반 사전심의제는 정태춘·박은옥 등 음악인들의 철폐운동과 법 개정을 거쳐 1996년 폐지됐다. 같은 해 헌법재판소도 행정권의 영향을 받는 기관이 발표 전 음반 내용을 심사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검열이라고 판단했다.

김 의원실은 법안 발의 뒤 “창작자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음원을 유통해 수익을 얻으면서도 혐오 표현에 책임을 지지 않는 유통사에 최소한의 의무를 부여하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전검열과 청소년 차별 논란이 확산하면서 법안은 국회 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철회됐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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