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면전 재개 우려에 중재국 "확전 막아라" 다급

카타르 '휴전·호르무즈 개방' 제안…이란외무 파키스탄행

양측 '못 믿겠다' 반목…기존합의 파기돼 협상 다시 원점

후티 가세로 추가악재…중재노력에도 현재로선 협상 글쎄

지난달 이란과의 회담 전 발언하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전면전 재개 위험으로 치닫자 중재국들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충돌이 지금은 대체로 제한적이지만 보복 악순환 속에 순간적 오판이 대규모 확전을 부를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우려다.

중재 노력은 미국이 9일째 이란 공습을 이어가고 이란이 번번이 중동 내 미국 동맹들에 반격하는 와중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뤄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는 긴장 완화를 위해 10일간 휴전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제한을 해제하는 방안을 양측에 제안했다.

이란 내무부 장관은 카타르와 중재를 쌍끌이하고 있는 파키스탄을 방문해 관리들과 회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이 중재국들을 통해 대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중재국들이 추가 확전 방지를 위해 다양한 제안을 전달해왔다고 확인했다.

다만 지난달 중순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의 효력이 이달 초 사실상 없어진 상황에서 양국이 새 휴전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은 이란에 진지한 협상 의지가 없다며 호르무즈 연안의 군사시설 폭격과 해상 봉쇄를 지속하겠다는 태세다.

요르단과 이란에 배치된 미군 병력이 이란의 공습 때문에 전사한 까닭에 특별한 보복이 필요하다는 입장까지 관측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UPI·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도 미국이 굴복할 때까지 맞서 싸워야 한다는 초강경파가 득세하는 것으로 전해져 협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의사 결정권을 쥔 것이나 다름없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중재국들의 중재 노력에 현재로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측의 근본적 입장 차이 때문에 협상판이 다시 쉽게 깔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란은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MOU의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자국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같은 조항을 다르게 해석해 이란의 통제권을 부정하며 선박들이 오만 해안을 따라 이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항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이란은 자국 허가를 받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을 잇달아 공격했고 이는 미국의 반격과 함께 현재 무력충돌로 확대됐다.

보복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동안 미국과 이란은 서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MOU를 사실상 폐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MOU는 이란의 협상 자세를 떠볼 시험일 뿐이었는데 이란이 불합격했다고 말했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대통령이 서명한 문건조차 신뢰할 수 없다며 MOU 백지화를 선언했다.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 위험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협상은 원점이고 중재를 위한 동력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중동 내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세력이 새로운 전선을 열고 있어 사태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직항로를 막기 위해 사나의 국제공항을 폭격했다.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 본토에 반격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로인 홍해 입구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막힐 가능성이 생겼다.

홍해 무역로는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중동의 양대 에너지 수출로이자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우회로이다.

후티 명분이 무엇이든 간에 홍해 위협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최후 보루로 삼는 이란의 지정학적 이점이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영국 버밍엄대의 우메르 카림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중재는 거의 불가능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의 부재가 계속되고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암살된 부친에게서 최고지도자를 승계한 이후 한 번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이란 내 강경파와 협상파를 중재해왔는데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그런 전통적 구심점에서 벗어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협상을 위한 접점을 찾을 수 없는 형국에서 확전으로 가는 경로는 점점 뚜렷하게 관측된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F-16, F-35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고 불가리아에 공중급유기 최대 8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의 군사 장비 증강은 그들이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반발했다.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미국의 항모전단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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