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AI도 기본권, 국가가 책임져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월14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인공지능(AI) 시대의 국가는 생산하는 국가도, 통제하는 국가도 아니”라며 “시장을 조직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민간이 혼자서는 열기 어려운 에이아이 시장을 국가가 공공서비스와 데이터 개방 등을 통해 먼저 열고, 이후 시장은 민간이 키우도록 하는 ‘모두의 에이아이’ 사업을 바탕으로 에이아이 기본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정책 철학을 제시한 것이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에이아이는 사두면 저절로 좋아지는 물건이 아니다. 에이아이를 켠다고 해서 진료가 나아지거나 행정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힘이 실제 쓸모로 바뀌려면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데이터가 정리돼야 하고, 규제가 길을 터주어야 하며, 무엇보다 믿고 맡겨도 된다는 신뢰가 쌓여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실장은 이를 시장에 맡겨두면 아무도 먼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실장은 “잠긴 (시장의) 문을 오히려 빠르게 여는 것은 국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체제”라며 “국가가 시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혼자서는 넘지 못하는 문턱만 넘겨주고 물러나는 것이다. 에이아이를 만들고 팔고 쓰는 일은 그대로 시장에 맡기되, 국가는 흩어진 조건들을 엮어 잠긴 문을 여는 일만 맡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2월 ‘모두의 에이아이’를 처음 선보이며, 공공 분야 에이아이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실장은 “사업 안에는 성격이 다른 두 가지가 들어있다. 국민에게 국산 에이아이를 무료로 제공해 외국 서비스를 쓰던 이용자를 우리 것으로 데려오는 것”이라며 “국민의 일상 속에 에이아이 활용을 뿌리내려 꾸준히 쌓인 수요와 데이터는 자국 에이아이 시장이 스스로 자라날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공공 서비스를 국민 대신 찾아 신청까지 도와주는 에이아이 에이전트, 그리고 공공 데이터를 열어 민간이 가져다 쓰게 되면, 민간은 그 위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투자할 수 있게 된다”며 “진짜 시장을 여는 쪽은 이쪽”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에이아이에 대한 접근은 하나의 ‘기본권’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에이아이가 개인의 기회와 성장을 가르는 힘이 된 이상, 국민 누구도 그 문 앞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챙기는 일은 국가의 몫”이라며 “초등교육이나 공공보건을 수지가 맞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기본권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지듯 에이아이 또한 그렇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컴퓨팅을 보장한다는 것은 현금을 나눠 주는 복지와는 다르다. 현금이 소비할 힘을 보태 준다면, 컴퓨팅은 생산할 힘을 보태준다”며 “그렇게 조직된 시장은 더 많은 사람이 에이아이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만드는 쪽에 참여하는 사회로 이어진다. 그것이 에이아이 기본사회”라고 덧붙였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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