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유생산량 7% 운송…사우디, 개전 이후 홍해항로 수출 의존도 높여
보험·운송 비용도 상승 예상…차단 실행 여부 등 불확실성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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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원유 및 석유 관련 제품의 국제 공급망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지 세계 에너지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사실상 다시 중단된 상황에서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선박 운항이 차질을 빚는다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경제 타격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가 인용한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석유류 물동량은 하루 740만 배럴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7%를 차지한다.
이 해협을 통하는 물동량은 작년만 해도 하루 420만 배럴로 글로벌 에너지 운송의 핵심 길목으로 꼽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미·이란 전쟁 이후 닫히자 사우디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송유관을 이용, 홍해 얀부항을 통한 원유 수출량을 늘리며 바브엘만데브 해협 운항로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다.
실제로 사우디 얀부항을 통한 에너지 수출 물동량은 하루 평균 400만 배럴로, 1년 전의 97만3천 배럴에서 크게 늘었다.
얀부항을 이용해 홍해로 우회하는 사우디의 에너지 수출은 미·이란 전쟁 기간 중동산 에너지 공급의 생명줄 역할을 하며 국제 유가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얀부항을 출발한 석유 제품의 주요 수입국은 한국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국이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노암 레이든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후티 반군이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에 나설 경우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레이든 연구원은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수에즈 운하를 통해 항로를 우회해야 한다며 "이는 운송 비용에 더 큰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봉쇄 영향은 아시아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에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중동산 에너지 수입이 막힌 아시아 주요국이 대체 에너지 공급선을 경쟁적으로 확보하고 나서면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동반 상승을 초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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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급 타격 외 홍해를 통한 해상 운송이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커졌다.
로이터 통신은 보험업계 소식통을 인용, 후티 반군이 대(對)사우디 해상 봉쇄를 선언한 이후 홍해를 통한 상품 운송의 보험료가 이미 상승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홍해 통항 선박의 전쟁위험 프리미엄은 지난 17일 약 0.3% 수준에서 후티 반군의 봉쇄 발표 이후 약 0.75%로 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후티 반군이 사우디를 상대로 어떻게 해상 봉쇄를 실행할지, 이번 선언이 홍해 운항 선박에 대한 공격 재개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한 바 있다.
이 공격으로 세계 해상운송은 심각한 차질을 빚었고, 글로벌 주요 해운사들은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홍해 항로 대신 운항 기간이 훨씬 긴 아프리카 우회 항로를 택해야 했다.
후티 반군이 공격을 중단한 이후에도 글로벌 선사들은 홍해 항로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지속해 이용,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선박 수는 가자 전쟁 발발 이전 대비 여전히 크게 감소한 상태다.
후티 반군은 미·이란 전쟁 발발 후에도 전쟁 상황 전개에 따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지난 6월 홍해에서 이스라엘 선박의 통행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한 바 있다. 다만, 이 선언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원유 시장은 미·이란 간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9.22달러로 전장보다 1.27% 상승했다. 이란 측이 막후에서는 미국과 외교적 접촉이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유가는 장중 고점에서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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