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④] '미래가 더 암울하다...' 한국에 치명적 상처만 남긴 북중미월드컵

홍명보 감독이 남아프리카공화국전 0-1로 패색이 짙어지자 당혹해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 패배 확정 후 고개를 숙이고 아쉬워하는 이강인(왼쪽)과 그를 다독이는 오현규. /사진=김진경 대기자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의 대장정이 20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지난달 12일 개막 39일 만이다. 사상 첫 48개국 참가국 확대 등 대회 전부터 떠들썩했던 각종 이슈는 뚜렷한 명과 암을 남겼고, 유럽의 여전한 강세 속 9개국이 참가한 아시아는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라스트 댄스에 나선 슈퍼스타들은 저마다 눈물과 함께 길었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스타뉴스는 월드컵 결산을 통해 지난 북중미 월드컵 여정을 돌아본다. /편집자 주

어쩌면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불행했던 이들은 한국 축구팬들이다. 대회 시작 전부터 터져 나온 잡음 탓에 대표팀을 온전히 응원조차 못 했던 팬들은 본선 무대마저 무기력한 탈락과 희망고문으로 얼룩지며 축제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고, 대회 종료 후에는 암울해진 미래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한국 축구의 이번 월드컵 여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홍명보 전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잡음이 발생했고, 팬들은 대표팀을 온전히 응원하지 못하는 복잡한 심경을 겪어야 했다. 본선 직전 자국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는 관중석에서 '홍명보 나가'라는 심심찮게 구호가 울려 퍼졌고, 오죽하면 대표팀 선수들이 관중석으로 다가가 팬들을 말리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연출됐다.

손흥민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경기가 끝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그럼에도 선수들을 위해 일단 응원하자는 목소리가 형성되기도 했다.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체코전에서 2-1 승리를 거둘 때만 해도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했다. 한국은 공교롭게도 개최국 멕시코 현지인들의 응원 속에서 기세를 타는 듯 보였다. 이어진 멕시코와 2차전에서는 0-1로 패했지만, 상대가 개최국이자 A조 최강으로 통했던 만큼 참작의 여지가 있었다.

거기까지였다. 운명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조용히 끓고 있었던 여론이 끝내 폭발했다.

분위기마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남아공전이 열린 멕시코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BBVA는 한국의 홈구장이나 다름없는 뜨거운 응원 열기로 가득 찼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남아공전에는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와 현지 교민 최소 2000명 이상의 한국 응원단이 집결한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한국을 응원해 준 현지 멕시코 축구팬들의 전폭적인 지지까지 더해지며 경기장 안팎은 마치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한국은 현지의 압도적인 응원 속에서도 A조 최약체라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사상 첫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32강 토너먼트 진출 불발의 불안감이 엄습한 순간이었다. 경기력 자체가 워낙 형편없던 탓에 이렇게 올라가도 부끄럽다는 냉소적인 여론까지 형성됐다.

한국이 속한 A조의 일정이 비교적 일찍 끝난 탓에, 팬들은 조별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조의 남은 경기들을 지켜보며 끊임없이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다.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팀들을 응원해야 하는 이른바 '웃픈' 위치에 놓인 것이다. 세계 축제인 월드컵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타국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설영우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A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경기가 끝난 뒤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32강 진출 희망이 이어지며 고문 같은 기다림이 계속됐지만, 끝내 반전은 없었다. 한국의 토너먼트 진출 불발 및 최종 탈락은 조별리그 마지막 날인 28일에 확정됐다.

탈락 확정 현지시간으로 다음 날 오전, 홍명보 전 감독은 사퇴문을 읽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취재진과 어떠한 질의응답도 없이 자리를 떠난 감독의 행보에 팬들은 더 큰 공분을 터뜨렸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중 청문회에는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공개적으로 얼굴을 비추고 사과한 적은 없다.

한국의 탈락을 바라보는 팬들의 씁쓸함은 타국과 비교되어 더욱 도드라졌다. 한국을 꺾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비록 32강에서 캐나다에 패해 탈락했으나 사상 첫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A조 최하위로 밀린 체코 역시 20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대였던 만큼 이미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더 큰 문제는 대회 이후 향후 축구계 행보가 더 걱정된다는 점이다. 정몽규 전 회장은 월드컵 전부터 극도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이미 사퇴한 상태다. 현재 한국 축구의 수장은 공석이다.

수장이 없다 보니 차기 감독 선임 작업도 자연스럽게 난항을 겪고 있다. 지금의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체제로는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기가 어려운 실정이고, 자칫 책임 소재만 불분명해질 뿐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홍명보(오른쪽)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박수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한국 축구가 표류하는 와중에 세계 축구계는 축제를 즐겼다. 아르헨티나를 결승으로 이끈 리오넬 메시의 라스트 댄스에 전 세계가 열광했고, 무적함대 스페인은 역대급 중원의 조직력을 앞세워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엘링 홀란은 생애 첫 월드컵에서 무려 7골을 몰아치며 노르웨이를 8강으로 이끌어 자국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 첫 출전한 카보베르데는 아르헨티나와 명승부를 펼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 달간 이어진 월드컵은 스페인이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2연패를 저지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스페인으로서는 2010년 대회 이후 16년 만의 우승이다. 이로써 월드컵은 7월 20일에 모든 일정을 마쳤다.

지구촌 전체가 환호와 감동으로 가득 찬 축제를 만끽하는 동안, 한국 축구팬들은 그 열기 속에서 소외된 채 상처와 얼룩진 미래만을 응시해야 했다. 이번 월드컵이 한국에게 가장 잔인하고 불행했던 대회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예선 대한민국-체코전 선수들이 입장하자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 회장과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본부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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