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현준 | 국제부장
미국 대통령은 1년에 얼마를 벌까? 40만달러(6억원)다. 2001년 조지 더블유(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며 연봉 20만달러에서 40만달러로 인상된 뒤 25년째 제자리다. 여기에 개인 경비로 5만달러를 쓸 수 있고, 여행 경비로 10만달러를 받는다. 기타 수당 등이 더 있지만, 다 합쳐도 100만달러를 넘지 않는다.
질문을 바꿔보자. 미국 대통령이 되면 얼마를 벌 수 있을까? 정치 발전의 역사가 돈과 권력의 상관성을 점점 떨어뜨려 온 것임을 고려하면, 고도의 민주 사회인 미국 대통령의 연 수익은 연봉 40만달러(6억원)에 그쳐야 할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업가 출신 재선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런 기대와 상식을 깨부수는 도전을 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정부윤리청이 발표한 트럼프의 지난해 총수익은 22억달러(3조3천억원)다. 연봉 40만달러의 5천배가 넘는다. 그는 일반인이었던 2024년에는 6억달러(9천억원)를 벌었다. 대통령이 된 뒤 16억달러(2조4천억원)를 더 번 것이다.
연봉의 5천배를 벌기 위해 트럼프는 교묘하고 대담하게 행동했다. 다섯가지 정도의 패턴이 보인다. 본인 대신 가족이나 측근을 내세운다. 대선 전 혹은 취임 전 사업을 진행한다. 법체계가 정교하지 않은 사업을 활용한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
이 중 앞의 세가지가 결합한 게 암호화폐 사업이다. 트럼프의 가족과 측근들은 대선 두달 전인 2024년 9월 디지털 금융 플랫폼 회사를 세워 의결권 등을 팔았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암호화폐의 수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사흘 전에는 직접 자신의 공식 밈코인을 발행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는 13억달러(1조9400억원)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취임 전 가족과 함께 뿌려 놓은 씨앗을 1년간 수확한 결과다. 트럼프의 명성과 영향력에 혹해 투자한 이들은 그가 거둔 수익의 몇배에 이르는 손실을 보았다.
주식 투자는 최고의 정보력과 결정권을 가진 미국 대통령에게 맞춤형 사업이다. 미국 정부의 주요 정책 발표 직전, 트럼프의 주식 계좌에서 상당한 거래가 이뤄졌다. 그는 주식을 신탁해 자신이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이 신탁에는 그의 자식들이 관여돼 있다. 사실상 정보의 통로가 뚫려 있는 셈이다.
트럼프는 본인의 발언을 팔아먹는 사업에도 나섰다. 그는 가족이 세운 소셜미디어 회사의 계정을 통해 주요 발언과 발표 등을 내놓는데, 이 메시지를 1천분의 1초 먼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알고리즘으로 초단타 투자를 하는 투자 기업에 1천분의 1초 앞선 정보 획득은 막대한 수익을 벌 기회가 된다고 한다.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대통령직을 수익 창출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미국 법률의 허점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형법으로 공직자가 본인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업무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대통령과 부통령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통령의 통치 권한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해충돌 방지 때문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이유였다. 대신 미국 대통령은 관행으로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등 스스로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트럼프는 예외다. 논란을 빚을지언정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작정하고 이용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재산을 늘렸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겠지만 미국은 예상외로 조용하다. 미국 야당과 언론들이 문제를 제기하지만 메아리가 크지 않다. 정치적 양극화와 트럼프가 낮춰놓은 도덕성 장벽 등이 이유로 꼽힌다. 미국 의회 구도상 대통령 탄핵이 힘든 점도 작용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트럼프가 사활을 거는 이유다.
평생 사업가로 산 트럼프에게 가장 성공한 사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도 2024년 11월 두번째 대선 승리를 꼽을 것이다. 이미 4년을 경험했고, 3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돌아왔다. 아직 2년 반이 남았다. 트럼프가 나아가는 만큼 미국은 후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