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장 5년ㆍ독일 3년 등
재기 지원ㆍ남용 방지책 병행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선진국보다 국내 절차가 어렵고 느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개인파산ㆍ면책 절차를 간소화해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독일·영국 등 주요국의 개인파산·면책 제도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절차가 선진국보다 특별히 느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한국보다 면책까지 더 오랜 기간이 걸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일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포털에 따르면 파산 및 면책 동시신청의 경우 신청부터 면책여부의 결정까지는 약 6~8개월이 소요된다. 특별한 이의가 없으면 결정 확정과 함께 면책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그 처리기간은 사건량, 파산선고 전 심문여부, 재판부의 사정 등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개인 파산 면책은 챕터 7, 11, 12, 13 중 어느 절차를 이용했는지에 따라 면책 시점이 달라진다. 미국 연방법원은 챕터 7(청산형)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파산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약 4개월 뒤에 이뤄진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가족 농업인 또는 어업인의 채무 조정을 다루는 챕터 12 사건과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개인의 채무 조정을 다루는 챕터 13 사건은 법원이 3년에서 5년에 걸쳐 변제하도록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면책은 일반적으로 신청일로부터 약 4년이 걸린다.
기업과 개인이 대상이지만 통상 기업들이 사업을 유지하며 채무를 재구조화하 하기 위해 주로 선택하는 챕터 11의 경우에는 구조조정형 파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면책 시점은 법원의 인가 내용과 사건 진행 경과에 따라 달라진다.

독일도 한국보다 면책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독일의 개인파산 절차에서 적용되는 잔여채무 면책 제도는 2020년 제도 개편 이전까지 원칙적으로 6년의 성실이행 기간을 거쳐야 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구조조정·도산 지침을 반영해 2020년 10월 후 신청 건에는 별도의 최소 변제율과 관계없이 원칙적인 면책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긴 했으나 여전히 한국의 6~8개월에 비해 길다.
영국(잉글랜드·웨일스)은 파산이 인정되면 즉시 파산 명령이 내려지고 원칙적으로 명령일로부터 통상 통상 12개월이 지나야 면책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면서도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오히려 개인파산 제도를 강화하기도 한다. 가령 미국은 개인에게 ‘새로운 출발’ 기회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지만 전략적 파산, 신용카드 빚 탕감 악용 등의 사례가 급증하자 2005년에 ‘파산 남용 방지 및 소비자보호법(BAPCPA)’을 제정해 개인파산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아울러 미국은 파산제도를 악용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우에는 오히려 더 큰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파산 신청 과정에서 자산을 숨기거나 허위 정보를 제출하는 행위는 경우에 따라 연방 형사범죄로 처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