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에서 첫 노사정 협의체가 발족한다.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계기로 조선업이 다시 전략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숙련인력 부족, 원하청 격차, 고용 불안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해있단 문제의식에서다 .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부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노사정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조선업 노사정 협의체’가 출범한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이날 발족식에 이어 운영협의체와 실무협의체 첫 회의를 연달아 열었다. 노동계에선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이, 경영계에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사가 참여한다.
정부는 조선업이 장기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봤다. ‘마스가’ 프로젝트뿐 아니라 친환경 고부가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다만 숙련인력이 부족한데다 사내하청 비율이 높아 원하청 격차가 존재하는 점,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경기 변동으로 고용 불안이 존재하고 이 때문에 청년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 등은 과제다.
협의체는 지난 5월 열린 ‘케이(K) 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자와 사용자, 협력업체 간 대화 시스템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노동부는 “당시 이 대통령은 튼튼한 생태계가 구축돼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눠지고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과실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간담회에 참석했던 노사정 공감대를 바탕으로 두 달여간 논의 끝에 협의체가 출범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정 협의체는 운영·실무협의체를 두 축으로 상설 대화기구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날 운영협의체에서는 큰 틀의 운영 방향을 공유했고, 실무협의체는 △지속적인 성장 생태계 구축 △청년의 조기 입직 및 장기 근속 지원 △인공지능 활용한 사업장 안전체계 구축 등 논의 의제 관련 의견을 나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발족식에서 “대형 조선소의 활기가 협력업체와 지역으로는 충분히 번지지 못하고 있다”며 “원하청 격차, 인력 공백 등 구조적 문제를 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입법과 예산이 필요한 과제는 구체화해 국회와 함께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현장 당사자의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상시·안전 업무 정규직화’와 ‘원청교섭’이 현장에선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불황기 대비 노동자 보호책부터 정규직 채용 회피 및 저임금 확대로 악용되는 이주 노동자 정책 개혁까지 이번 협의체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금속노련 위원장은 “조선업 노사정 협의체가 형식적 자리를 넘어 역사적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며 “원하청 이중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