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로공사(도공) 퇴직자들의 이권 비리가 불거진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방식이 내년부터 공공관리 체제로 바뀐다. 이들은 오랜 기간 휴게소 운영권을 독점하면서 입찰 정보를 빼돌리고 고액 수수료를 챙긴 혐의가 최근 드러나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퇴직 전관들이 공공기관 자산을 사적 연금 창구처럼 활용해온 고질적인 비리 구조를 이참에 뿌리 뽑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공공관리 회사를 만들어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운영 체계를 개편한다고 9일 밝혔다. 그간 ‘도공-중간운영업체-입점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를 직계약 방식으로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도공 퇴직자 단체를 휴게소 운영에서 퇴출하고, 도공 전현직 직원 가족은 입점 매장 입찰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현재 이들이 운영 중인 휴게소는 오는 9월까지 매각하도록 할 방침이다. 휴게소 운영권을 도공에서 떼어내 공공관리 회사에 맡겨 이권 구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휴게소 운영 체제 개편에 나선 건 지난 5월 감사에서 도공 퇴직자 단체(비영리법인) 도성회의 온갖 비리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감사 결과를 보면, 도성회는 자회사를 통해 휴게소 9곳, 주유소 7곳을 운영하면서 입점업체로부터 매출액 대비 평균 33%에 이르는 고액 수수료를 받아 챙겼고, 도공은 도성회에 휴게소 입찰 정보를 넘겨주는 등 특혜를 줬다. 도성회는 자회사로부터 한해 평균 9억원가량 배당을 받았고, 이 돈은 생일 축하금과 경조금 등의 명목으로 도성회 회원들에게 분배됐다. 이 과정에서 매년 4억원을 탈루했다는 단서도 나왔다. 자회사 임원은 모두 도성회 회원들이었다. 이익 분배가 금지된 비영리단체가 법망을 피해 알짜 수익 사업을 운영하면서 온갖 방법으로 배를 불린 몰염치한 비리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토부 감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휴게소 음식의 비정상적 가격 구조를 지적한 게 계기가 됐다. 도성회 비리 의혹은 그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됐는데, 국토부가 뒤늦게 감사에 나서 이제야 개선책을 내놓은 건 만시지탄이다. 국토부의 방관과 묵인 또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입점업체 수수료로 전관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동안 휴게소 음식과 서비스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은 값은 비싸고 맛은 없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이유일 것이다. 휴게소 운영 방식이 개선되면 입점업체 수수료는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휴게소의 비싼 음식값과 부실한 서비스 문제가 개선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