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을 반복하거나 총수일가에 일감을 몰아주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 분할, 지분 매각 등 구조적 시정조치(구조적 조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같은 위법행위를 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등의 행태적 시정조치(행태적 조치)나 사후에 과징금을 매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8일 공정위 설명을 들어보면,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반복 담합이나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부당지원 등에 구조적 조치를 도입할지 검토 중이다. 구조적 조치는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때 경쟁당국이 기업의 자산이나 소유 구조를 강제로 바꾸도록 하는 조처로 가장 강력한 시정수단으로 꼽힌다. 기업 분할 명령, 지분 매각 명령, 영업 양도 명령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공정위가 이런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 필요성을 살펴보는 것은 위법행위가 반복되는 데 사업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경우 현행 제재 체계로는 근본적인 시정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씨제이(CJ)제일제당 등 제당 3사의 설탕 담합을 두고 “회사 중요 임원까지 관여하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며 장기간 이뤄진 담합”이라며 “반복된다면 영업 양도라는 구조적 조치를 활용할 사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외 경쟁당국이 담합 등에 대해 구조적 조치를 이미 도입한 점도 고려 대상이다. 미국 법원이 1911년 석유기업 스탠더드오일을 34개 회사로 분할하도록 한 사례 등 미국을 중심으로 100년 넘게 이어진 제도다. 지난 수십년간 잘 활용되지 않다가 독과점 심화, 디지털 경제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다시 부각되는 제재 방안이다. 최근에는 2023년 미국에서 테바제약에 의약품 가격 담합과 관련된 사업 부문을 제3자에 매각하도록 하는 조처가 내려진 바 있다. 유럽연합 경쟁당국 역시 지난해 구글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혐의에 대해 애드테크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등의 구조적 조치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네크워크 효과가 큰 플랫폼 산업에서는 영업 양도 등 구조적 조치마저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에 특화된 별도 제재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거대 플랫폼 기업을 시장지배적 사업자(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구체적인 의무를 별도로 부과하는 제재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조치가 강력한 조처인 만큼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플랫폼에 특화된 제재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법 위반행위가 반복되고, 행태적 조치만으로는 재발 방지가 어려운 경우 구조적 조치가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도 “남용되지 않도록 이런 요건이 입증되는 사례에 한해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 등과 관련해 플랫폼을 실질적으로 규제하려면 구조적 조치뿐 아니라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 제정, 플랫폼에 특화된 구체적인 행태적 조치 마련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